(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국명을 놓고 그리스와 27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는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와의 화해를 위한 새 이름으로 '일린덴(Ilinden) 마케도니아 공화국'을 선정, 야당 설득에 들어갔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서발칸-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만나 마케도니아의 이 같은 새 국명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건국절에 해당하는 일린덴은 마케도니아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며 봉기한 1903년 8월2일을 기념하는 날로, 마케도니아의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에브 총리는 20일 야당 대표를 포함한 정부 지도자들과 회동한 뒤 "'일린덴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알바니아계, 집시, 터키계 주민들이 공존하는 다인종 국가인 마케도니아의 정체성을 보장하는 이름"이라며 국명 변경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새로운 국호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요구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은 "우리는 나라 이름을 바꾸기 위한 헌법 개정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반대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일린덴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공식화 돼 양국이 해묵은 분쟁을 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상대국인 그리스 역시 야당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다.
치프라스 정권의 연정 파트너인 우파 독립그리스당은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포함된 어떤 이름도 지지할 수 없다"며 종전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제1야당인 신민주당 역시 "'일린덴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수용할 수 없는 이름"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이래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둘러싸고 외교 분쟁을 지속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시사한다며 반발해왔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으나, 이후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2008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턱에서 좌절했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앙숙 관계를 유지해온 두 나라는 작년 5월 집권한 개혁 성향의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가 그리스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것을 계기로 급격한 화해 분위기로 접어든 뒤 마케도니아의 국명 변경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