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디자이너 책상에 'KIP·DDA' 코드…한진일가 압수품 뭘까

입력 2018-05-22 05:40  

덴마크 디자이너 책상에 'KIP·DDA' 코드…한진일가 압수품 뭘까
관세청 압수품 '함구'…압수상자 겉면에 고가 수입가구 표식 포착
총수일가 코드 추정 'KIP' 'DDA' 찍힌 상자도…관세청 분석 주목

(세종·인천=연합뉴스) 이대희 윤태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를 수사하는 관세청이 밀수품으로 의심되는 2.5t 분량의 현물을 압수하면서 그 내용물에 관심이 쏠린다.
관세청은 함구하고 있지만, 압수품 상자 겉면으로 봤을 때 비교적 고가의 외국 가구나 미술품, 파티용품 등이 담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일부 상자 겉면에는 대한항공[003490] 전·현직 직원들이 밝혔던 총수일가 코드인 'KIP', 'DDA'등의 표식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22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관세청은 전날 조 회장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경기도 일산의 대한항공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의 성과는 밀수품으로 의심할만한 '현물'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관세청은 총 2.5t 분량의 현물을 압수했다. 이 압수품은 상자 20∼30여개 분량으로, 인천세관본부로 옮겨져 정밀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과연 이 압수품이 무엇일까다.
관세청은 내용물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인천세관본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포착된 상자 겉면에는 내용물을 추정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었다.



'입고일자 2013.02.06, 일련번호 43'이라고 적혀 있는 상자의 내용물은 고가의 외국산 책상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상자에는 책상 형태의 사진과 함께 'RISOM DESK'라는 품명이 쓰여 있었다.
이 책상은 덴마크계 유명 가구 디자이너인 젠스 리솜(Jens Risom)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추정된다. 해당 가구는 해외 쇼핑몰에서는 약 1천700달러(한화 약 18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상자에는 대한항공이 운송하는 화물에 붙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출발지로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을 의미하는 'LAX'가, 도착지로는 인천국제공항을 의미하는 'ICN'이 적혀 있었다.
43이라는 일련번호는 최소한 앞에 42개의 물품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또 다른 상자에서는 역시 대한항공 화물 스티커에 'CHAIR & ROCKER'(의자 & 흔들의자)라는 표시가 발견됐다. 역시 LA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물품이라는 표식이 있었다.

또 다른 압수품 상자에서는 '크리스마스 용품', '추수감사절 용품'이라고 적은 손글씨가 발견됐다. 정확한 내용물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아닌 개인 용도의 물품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상자에는 '그림'이라는 단어도 적혀 있었다. 조 회장 자택의 일부가 '기타 전시장'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는데도 최근 자택 압수수색에서 명화로 보이는 작품이 한 점도 나오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고가의 미술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대한항공 화물 스티커에 'KIP ITEMS'이라고 인쇄돼 있거나 'DDA'라는 코드가 적혀 있는 상자가 포착됐다는 점이다.
다수의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에 따르면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개인 물품이 수시로 대한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고, 특수화물로 분류된 이들 물품은 총수일가를 의미하는 'KIP'(Korean Air VIP) 코드로 관리했다고 한다.
실제 'RISOM DESK' 박스에는 분류항목에 'DDA'라는 코드가 있었다. 'DD'는 부사장급 이상에게 주어지며, 'A'는 조현'아'를 의미한다는 것이 전직 직원의 증언이다. 이에 비춰 보면 해당 책상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것이라는 추정을 낳을 수 있다.
관세청이 압수한 물품에 이러한 코드가 적혀 있다는 것은 전·현직 직원 증언의 신빙성을 높여주는 대목임과 동시에, 이 물품이 조씨 일가의 것이라는 표식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상자의 겉면만으로는 내용물이 무엇인지 단정할 수는 없고 조씨 일가의 물품이라고 예단할 수도 없다.
겉과 속이 같다고 하더라도 해당 물품이 밀수품인지에 대해서도 관세청의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밀수·관세포탈 혐의로 네 차례 압수수색 끝에 현물을 손에 쥔 관세청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세청은 해당 물품의 출처를 분석하고서 조만간 조씨 일가 소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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