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격 희생 파키스탄 교환학생 장례식에 수천명 운집(종합)

입력 2018-05-22 03:00   수정 2018-05-22 11:30

텍사스 총격 희생 파키스탄 교환학생 장례식에 수천명 운집(종합)

휴스턴 일대 묵념…산타페에선 공립학교 문 닫고 희생자 추모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저는 미국 문화를 배우고자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파키스탄의 문화를 알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함께 나아가고 연대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파키스탄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여학생 사비카 셰이크(17)가 미국 텍사스 주 산타페에서 일년 가까이 홈스테이하면서 가족처럼 지낸 코그번 씨 가족은 싸늘한 시신으로 마주 선 사비카 앞에서 이렇게 그녀의 말을 전했다.
20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휴스턴 사비런 모스크(이슬람 사원)에는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모였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총탄에 희생된 사비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파키스탄 카라치 출신인 사비카는 미 국무부가 주관하는 케네디-루가르 청소년교환학생(YES) 프로그램에 선발돼 지난해 8월 산타페 고교로 와서 공부했다.
3남매 중 맏딸인 사비카는 다음 달 9일이면 10개월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고향 집에 돌아갈 예정이었다.
카라치의 가족들은 딸이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중 비보를 듣고 오열했다. 사비카의 부모는 사건 당일 딸이 다니던 학교에서 총격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딸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다가 결국 교환학생 프로그램 담당자로부터 사비카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비카는 산타페 고교에서 우등상을 받았고 낯선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다정한 아이였다고 급우들은 전했다.
그녀와 자매처럼 지낸 코그번 씨의 딸 제일린은 "널 그리워할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사비카가 마더스데이에 선물했다는 숄을 쓰고 나온 코그번 여사는 말없이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날 장례식에는 이슬람 외에 다른 종교를 가진 주민들도 많이 모였다. NBC 뉴스는 지역 사회가 주축을 이룬 장례 행사에 3천여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사바카의 장례는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10명 중 처음 치러진 것이다.
휴스턴 시장 실베스터 터너는 "사바카는 죽었지만 그녀는 외교관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녀는 미국과 파키스탄, 그리고 휴스턴을 더 가깝게 했다"고 말했다.
휴스턴 주재 파키스탄 총영사 아이샤 파루키는 "모든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한 이 비극 앞에서, 이 나라와 파키스탄의 모든 영혼을 위해 기도하자"라고 말했다.
사비카는 지난 18일 산타페 고교에서 수업을 기다리던 중 엽총과 권총을 난사한 총격범 디미트리오스 파구어티스(17)가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한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1일 오전 10시 휴스턴과 갤버스턴 일원에 묵념의 시간을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희생자를 추모할 것을 권고했다.
애벗 지사는 "산타페의 악행은 우리 텍산(텍사스 주민)들의 심장을 건드렸다. 주 전역에 걸쳐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빠르고 의미있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산타페 지역 공립학교는 21~22일 문을 닫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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