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 정면충돌…美 "역대 최강 제재" vs 이란 "굴복 안 해"(종합)

입력 2018-05-22 09:29   수정 2018-05-22 16:16

이란핵 정면충돌…美 "역대 최강 제재" vs 이란 "굴복 안 해"(종합)

美, 우라늄 농축중단 등 12개항 요구…이란 "하나도 수용 못 해"
EU도 "대안 없다"며 美 새 합의 요구에 정면 반박



(워싱턴·테헤란=연합뉴스) 강영두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우라늄 농축중단 등 한층 까다로워진 12개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합의를 체결하자고 요구하자, 이란이 '굴복은 없다'고 정면 반발하고 유럽연합(EU)도 "대안이 없다"며 이란을 거들면서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21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해 우라늄 농축중단 등 한층 까다로워진 12개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합의를 체결하자고 요구했다.
만약 이란이 새로운 합의를 수용한다면 기존제재 해제는 물론 외교·경제적 관계를 복원하고 현대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만약 거부한다면 이란이 협상에 나설 때까지 역대 최고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이란 핵 합의 탈퇴 이후 전략'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로운 핵 합의에는 우라늄 농축중단, 플루토늄 사전처리 금지,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활동 신고,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라늄 농축은 기존 이란 핵 합의에서 '엄격한 제한' 하에서 허용됐다. 또 핵시설 접근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가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울러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 반군 지원 중단도 요구했다.
그는 "이 목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길게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단지 이란의 거대한 악행 범위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없다"며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전례 없는 금융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압박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이란이 트럼프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핵 합의를 체결한다면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모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적·상업적 유대 관계를 회복하는 것과 더불어 이란의 현대화를 지지할 의사가 있다면서 "평화와 안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이란 국민에게 열매를 맺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 북한에 대해서도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제재 해제는 물론 민간자본의 대북투자를 허용하고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결국 이란 국민은 자신들의 리더십에 관해 선택할 것"이라며 "그들이 결정을 빨리 내린다면 그것은 훌륭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다면 오늘 제가 제시한 결과를 얻을 때까지 우리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새 핵 합의 제안을 단박에 거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 직후 "이란과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당신(폼페이오)은 도대체 어떤 자인가"라면서 "(12가지 조건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각국은 독립적인 만큼, 지금 세계는 미국이 세계를 위해 결정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주장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에도 "미국과 이를 지지하는 다른 열강은 이란을 무릎 꿇릴 수 없다"면서 "오히려 우리는 두 발로 서서 우리의 갈 길을 거침없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이란이 일관되게 보인 태도를 고려하면 '굴욕'이나 다름없는 핵 합의 재협상장에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미국의 제재를 근 40년간 받으면서 경제를 거의 자력으로 지탱해 온 이란에 경제적 지원이라는 반대급부는 협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당근'이 아니라 모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에그테사데 모거베마티'(저항 경제)를 국가 경제정책의 슬로건으로 삼아 미국의 제재에 어렵게 버텨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은 군사적 전쟁보다 경제 전쟁과 문화적 침투로 이란을 붕괴하려 한다면서 경계심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이란 핵 합의 존속을 주장해온 EU도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이란 핵 합의 탈퇴가 해당 지역을 어떻게 핵확산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만들지, 또는 이란 핵 합의가 미치는 범위 밖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유리한 위치에서 이란의 행실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그러면서 "이란 핵 합의의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k0279@yna.co.kr,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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