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에 AI 연구거점 구축, 글로벌 최고 실력자 전격 투입
반도체, TV, 스마트폰 이어 '세계 1위' 겨냥 역량 결집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22일 발표한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을 위한 글로벌 5대 거점 구축 전략은 이재용 부회장이 제시하는 '뉴 삼성의 좌표'를 엿보게 한다.
1년여의 경영 공백을 깨고 최근 글로벌 행보를 본격화한 이 부회장이 반도체와 TV, 스마트폰을 잇는 새로운 삼성의 '주력 엔진'으로 4차 산업혁명의 대표 화두로 떠오른 'AI'를 낙점했음을 짐작하게 한다는 평가다.
이는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지난 3월 말 첫 해외출장 일정을 유럽과 캐나다의 'AI 탐방'으로 정하면서부터 어느정도 예고됐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서울 AI 총괄센터 신설, 올 1월 미국 실리콘밸리 AI 연구센터 설립 등으로 이미 AI 역량 강화를 위한 시동을 건 상태였으나 이번 5대 연구 거점 구축으로 청사진은 큰 윤곽을 잡았다.
휴대폰과 TV 사업의 수익성이 정체 상태를 보이고 반도체 부문도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 등으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한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로서는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에서 '총수 부재' 장기화로 인해 발생한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야 한다는 '다급함'도 읽혀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스타트가 늦어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제치기에는 버거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2016년 한 콘퍼런스에서 "아마존은 4년째 AI를 연구하고 있다. 이 분야 인력이 1천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구글도 일찌감치 중국 베이징(北京)에 'AI 중국 연구센터'를 열고 현지 우수 인재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와 TV, 휴대전화 업계에서 후발주자로서 '1등 신화'를 일궈낸 경험을 바탕으로 AI 역량에서도 '가속페달'을 밟아 역전 신화를 재현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8'에서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기술을 적용해 AI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차근차근 준비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기반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달 중에 잇따라 개소하는 영국 케임브리지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의 AI 연구센터에 글로벌 최고 실력자들이 전격적으로 투입된다는 것도 이런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AI 센터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케임브리지 연구소장을 지낸 앤드류 블레이크 박사가 리더를 맡고, AI 기반 감정인식 연구로 유명한 마야 팬틱 교수도 가세했다.
토론토 AI 센터는 올해 초 영업인 MS 출신의 AI 석학인 래리 헥 전무가 실리콘밸리 AI 센터와 함께 책임지기로 했으며, 캐나다의 우수 대학과 전략적 협력 관계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의 수학, 물리학 등 기초·원천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AI 연구를 주도할 모스크바 AI 센터에는 AI 전문가인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드미트리 베트로프 교수와 빅토르 렘피츠키 교수 등을 중심으로 AI 알고리즘 연구에 나선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AI와 함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출발은 AI 전략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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