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화물선 화재…소방력 총동원해도 안 꺼지는 이유는

입력 2018-05-22 16:47  

인천항 화물선 화재…소방력 총동원해도 안 꺼지는 이유는
차량 운반선 밀폐 구조, 열과 연기 가득 차 소방관 진입 어려워
철판 달궈진 탓에 소화수 금세 증발, 꺼질 듯하다 다시 살아나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항에서 불이 난 화물선에 대한 진화작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지만, 완전진화까지는 1∼2일 더 걸릴 전망이다.
2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21일 오전 9시 39분 인천시 중구 항동 7가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해 있던 파나마 국적 화물선 오토배너(5만2천224t급)에서 차량 선적 작업 중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선박 13층 중 11층 선수 부분에 실린 한 중고차에서 엔진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는 이틀 연속 300여 명의 인력과 80여 대의 장비 등을 동원해 화재 진압에 사력을 다했지만, 완전진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소방당국이 이날 브리핑에서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력을 총동원해 진압작전을 전개했다"고 밝혔지만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22일 0시 6분 큰 불길을 잡아 대응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하고, 0시 47분에는 불길을 어느 정도 잡았음을 의미하는 초진 단계로 들어섰다.
그런데도 매캐한 연기는 계속 뿜어져 나오고 불길도 선박 내부에서 간간이 보인다.
이처럼 완전진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대형 화물선이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이다.
차량 운반용 화물선인 이 선박은 여객선이나 유람선과는 달리 창문이 거의 없고 선미에 선 적 차량 진출입구 정도만 있는 밀폐형 구조다.
열과 유독가스가 쉽게 선박 외부로 배출되지 않고 선박 내부에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최초 발화지점인 11층에서 13층까지 차량 1천460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던 상황에서 불이 나자, 차량의 연료·타이어·시트가 타면서 열과 검은 연기가 선박 내부에 가득 찼다.
선미에서 소방대원이 호스를 들고 80m 거리를 더 들어가고 선수에서도 선내에 진입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소방대가 발화점 가까이 진입할 순 없었다.
소방대원들이 내부에 물을 뿌려도 고온의 열 때문에 금세 수증기로 증발한 탓에 내부 안쪽에는 물이 닿지 않았고, 이 때문에 꺼질 듯한 불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이 반복됐다.
여기에 철판 바닥이 벌겋게 달궈지고, 선박이 거대한 화덕처럼 엄청난 열기 덩어리로 변하면서 진화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결국 선박 측면 곳곳에 가로·세로 1m 크기의 구멍을 11개나 뚫으며 열과 연기 배출에 나섰다.
최상층 갑판에는 굴절차를 동원해 일제 방수작업을 시행하며 선체의 열을 식히고 있다.
박성석 인천 중부소방서장은 "현재는 선박 내부의 열기가 남아 있고 연기만 나는 훈소단계"라며 "모든 잔불을 끄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최근 오만에서는 컨테이너선 화재가 3월 6일 발생해 4월 17일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며, 다른 유형의 화재보다도 선박 화재 진압은 더욱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측면에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을 계속하면서 열과 연기를 빼낸 뒤 선미에서 소방대원을 진입시켜 화재 진압을 완료할 방침이다.



iny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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