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내일 판문점 채널로 취재진 명단 건네고 北 수용 가능성
南, 비공개 접촉 北 설득한 듯…'경색' 남북관계에 긍정 신호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남쪽 취재단이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초청하고도 정작 비자를 내주지 않아 속셈을 의심받아온 북한이 '불허→허가'로 방향전환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은 22일 오전 남측을 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취재진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 공항에서 전용기편으로 방북시키는 과정에서도 여지를 남겼다.
서우두 공항 현장에 안내를 위해 나왔다는 베이징 주재 북한 노동신문 원종혁 기자가 연합뉴스 기자를 포함한 취재진에 전용기편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남측 취재단의 방북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 그 배경을 궁금하게 했다. 사실 북한 사정을 고려해보면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그것도 외신기자들에게 말한다는 것은 금기이자 처벌 대상이라는 점에서 상부의 지시를 받은 발언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밤늦게 통일부는 기자들에 배포한 공지를 통해 "북측이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일정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내일 아침 판문점을 통해 우리측 취재단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측이 수용한다면 지난 평창올림픽 전례에 따라 남북 직항로를 이용하여 원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북 루트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 루트는 지난 1월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열린 남북 스키 공동훈련에 참가한 남측 선수단과 기자단이 양양에서 원산으로 이어지는 직항로와 동일하다.
통일부의 이런 심야 입장은, 그에 앞서 이날 낮 조명균 장관의 입장문과도 상당히 다르다. 조 장관은 입장문에서 "북측이 5월 23일과 25일 사이에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우리측 기자단을 초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남측 취재단의 방북 무산을 전제로 유감까지 표명했으나, 통일부의 심야 공지는 최후 노력이라는 명분을 댔지만 뭔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우리 정부가 지난 18일부터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남측 기자단의 명단을 북측에 지속해서 통보했음에도 북한이 접수를 거부함으로써 취재 무산이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나, 뭔가 상황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측과 비공개 접촉 등으로 설득작업을 벌여 남북 간에 접점이 찾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북한의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는 한반도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행사이고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어서 북측으로서도 남측을 배제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앞두고, 북한도 행사 띄우기가 나선 기색이 역력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실험장 폐기 입장을 밝힌 외무성 공보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와 유엔 사무총장 및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환영·지지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따라서 북측에 남측 기자단의 취재를 허용하지 않아 행사에 불필요한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비공개 접촉을 통해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 역시 우리 정부의 그런 노력에 '호응'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의 원종혁 베이징 특파 기자는 서우두 공항에서 "(폐쇄 행사) 날짜도 23∼25일이고 날씨를 보고 하기 때문에 지금 이 비행기에 못 탄다고 해도 내일이든 (한국 기자가 갈) 가능성은 있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것은 뻔한 것이고 우리야 파격적으로 뭐 하니까. 제가 보기에는 희망을 품고 내일까지 기다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점은, 남북 당국간 비공개 접촉의 진행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측 취재단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가 성사된다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색 국면을 보인 남북관계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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