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정당들 연정 기피해 집권 가능성 낮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내달 3일 총선을 앞둔 슬로베니아에서도 난민 문제가 부각되면서 강경 우파 성향의 정당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반난민, 반유럽연합(EU)을 내건 슬로베니아 민주당(SDS)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14.9%로 1위를 달렸고,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투표에 진출했던 코미디언 출신 마르얀 세렉의 '리스트' 당이 9.7%로 2위를 차지했다.
집권 여당인 SMC는 4.6%의 지지율에 그쳐 민주당에 크게 뒤처져 있다.
슬로베니아는 미로 체라르 전 총리가 올 3월 15일 사임하면서 예정보다 1주일 앞당겨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동유럽에서 드문 중도 좌파 성향의 총리였던 그는 대법원이 철도 사업 계획에 제동을 걸고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D), 슬로베니아 연금생활자 민주당(DeSUS)과 갈등이 커지자 총리직을 내려놓았다.
슬로베니아는 EU의 난민 할당 재정착 프로그램을 거부한 헝가리와 달리 할당 난민 355명을 받아들였는데. 보수 성향의 민주당은 체라르 총리가 난민을 우선시하는 '반 슬로베니아' 정치인이라며 집요하게 공격했다.
민주당 소속 브랑코 그림스 의원은 TV토론에서 "난민이 없는 슬로베니아는 곧 안전한 슬로베니아라는 의미다"라며 반난민 정서를 자극했다.
난민을 '독(毒)'이라고 부르며 우파 민족주의를 앞세워 4선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달 11일 민주당 집회에서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강경 우파 색채 때문에 다른 정당들이 손잡기를 기피하고 있어 집권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을 이끄는 야네즈 얀샤 전 총리는 2014년 부패 혐의로 6개월 구속되기도 했는데 헌법재판소의 재심 판결로 석방됐다가 시효가 만료돼 결국 법정에 서는 걸 피했다.
단독정부를 꾸리려면 의회 전체 90석 중 46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의 지지율대로라면 15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뚜렷한 다수당이 없는 상황이 되면 소수 정당끼리 연정 구성이 어려울 수 있어 결국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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