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여건따라 미중 갈등 재점화 가능성도…"ZTE엔 13억달러 벌금"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사긴) 두 차례 고위급 논의 끝에 합의문을 끌어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미국처럼) 연간 5천억 달러를 무역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면 협상에서 잃을 게 없다"면서 "협상에서 이기기 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갈 길이 멀고, 협상이 빨리 진행되기를 바란다"면서 "최종 협상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상 결과에)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우리는 301조를 할 수 있다. 협상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항상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중국의 대미(對美) 흑자감축 노력이 미흡하다면, 미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조사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미·중 협상단이 지난 19일 공동합의문을 내놓으면서 무역갈등을 자제하기로 약속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공동합의문에서 중국 측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요구했던 2천억 달러의 목표치가 반영되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중국과의 무역을 생각할 때 그들(중국)이 북한과의 평화에 있어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한다"면서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며 "나 역시 그가 하는 것과 같은 것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도 말했다.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해서라도 미·중 무역협상을 계속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 ZTE(중싱·中興 통신)에 대해 '1조원대 벌금'과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ZTE 제재완화 문제와 관련, "아직 중국과 합의에 이른 게 아니다"라면서 "내가 구상하는 것은 10억 달러 이상의 매우 많은 벌금이다. 아마도 13억 달러(1조4천110억 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영진, 새로운 이사회, 매우 엄격한 보안 규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미국 업체의 부품과 장치를 많이 사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상무부는 ZTE에 대해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조처를 내렸다. 존폐 위기에 놓인 ZTE의 정상화 여부는 중국에서도 촉각을 세우는 사안이다.
지난 주말 2차 무역협상의 공동발표문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무역협상 합의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ZTE 제재도 완화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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