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찾은 대한제국공사관, 박물관으로 첫발

입력 2018-05-23 08:22   수정 2018-05-23 09:56

대통령 찾은 대한제국공사관, 박물관으로 첫발

옛 공관 복원해 정식 개관…113년 만에 태극기 게양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제국이 미국에서 자주 외교 노력을 펼친 현장인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22일(현지시간) 정식 개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회담 장소인 백악관에서 약 1.5㎞ 떨어진 공사관을 찾아 전시실을 둘러봤다.
2012년 문화재청이 매입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방문한 일은 처음이다.
오전에 열린 개관식에는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공관원이던 박정양·이상재·장봉환 후손, 재미교포 대표와 현지 주민 대표가 참석했다. 우리 정부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 113년 만에 태극기를 게양하며 공사관이 대한민국 역사와 한미관계사를 알리는 역사박물관으로 첫발을 내디뎠음을 선포했다.
워싱턴 로건 서클에 있는 공사관은 1877년 빅토리아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이다. 이하영 대리공사가 1889년 2월 입주한 뒤 일제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까지 주미공관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가 5달러에 사들인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아넘기면서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이후 미군 휴양시설과 화물운수노조 사무소로 쓰이면서 내부가 훼손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보수 공사를 통해 내부를 최대한 옛 모습에 가깝게 되살리고, 건물 외부에는 불로문(不老門)과 박석(薄石)을 갖춘 한국 정원을 마련했다.
1층에는 접견실인 객당(客堂)과 사교장 기능을 하는 식당(食堂), 중앙 홀이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열린 1893년 모습대로 복원됐다.
공사관 업무공간이던 2층에서는 공사 집무실, 서재, 침실, 욕실을 볼 수 있고 3층은 공사관 설치와 변천 과정, 주재원 일상생활 등을 보여주는 자료와 유물로 꾸몄다.
공사관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개되며, 관람료는 없다. 한국어와 영어 해설사가 안내한다. 예약은 공사관 누리집(www.oldkoreanlegation.org)에서 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대한제국 외교공관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며 "임금이 있는 궁을 향해 예를 올리는 망궐례 재연, 로건 서클 역사지구 관람, 외교사 탐방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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