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식 '트럼프 모델' 공식화…'유연성' 발휘한 일괄타결론(종합)

입력 2018-05-23 11:20  

속전속결식 '트럼프 모델' 공식화…'유연성' 발휘한 일괄타결론(종합)
"일괄타결 좋지만 물리적으로 어려워"…단계별 해결 가능성 시사
트럼프 '특정한 조건' 언급…단계별 이행-보상 '비핵화 방정식' 줄다리기
삼성·LG까지 거론하며 김정은 체제보장·경제발전 청사진 제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6·12 북미정상회담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제 공이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갔다.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속전속결 이행을 전제로 한 '일괄타결' 해법을 공식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최단기간에 핵 폐기와 보상을 주고받아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식으로서, 북한이 강력히 반발해온 '리비아 모델'의 대체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 모두에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 방식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하면서 "일괄타결(all-in-one)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꺼번에 일괄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완전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더 낫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일괄타결론이 기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검토돼온 일괄타결론과는 차별화된 '트럼프 모델'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해온 방식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창해온 '리비아 모델'이었다. 핵폐기 절차를 완료할 때까지 일체의 보상과 반대급부가 없는 방식으로, 북한이 '일방적 핵포기를 강요한다'며 반발해온 구실이 돼왔다.
이날 언급된 '트럼프 모델'은 북한과의 타협이 가능하도록 기존 일괄타결론에서 일정한 '유연성'을 가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큰 틀에서 일괄타결의 형식을 취하되, 최소한의 단계로 나눠 초기의 과감한 핵폐기 이행에 따른 부분적 보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일괄타결 요구에서 한걸음 물러나 단계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NYT가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미묘한 뉘앙스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물리적인 이유로 (비핵화에)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일괄타결"이라고 강조했다.
즉, 한꺼번에 핵 폐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기본적인 절차를 이행하는 데 있어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검토되는 '최소한의 시간'으로는 6개월 가량으로, 이 기간 내에 핵무기를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형식의 비핵화 목표를 설정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유연성'을 보이면서 앞으로 '비핵화 방정식'을 둘러싼 양측의 물밑조율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떤 식으로 비핵화 과정을 쪼개고, 단계별로 어떤 이행과 보상조치를 취할 것이냐를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앞두고 '특정한 조건'(certain conditions)을 언급하고 "만약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은 열리지 않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결국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비핵화 방식이라는 '총론'에 이어 핵 폐기 이행과 보상조치의 '각론'까지 조율하려면 북미 사이에 상당기간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결 유연해진 비핵화 모델과 '당근' 격인 북한 경제 발전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더욱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나 다름없던 한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해진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수십억 달러가 아니라 수조 달러를 썼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과거의 한국처럼 전폭적인 경제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과 LG까지 거론됐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25년 후, 50년 후에 북한, 그리고 세계를 위해 (자신이) 한 일을 돌이키면서 매우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구애의 손길을 재촉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제시할 이른바 '트럼프 모델'은 한층 구체화하고 분명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어떤 식으로 화답할 지가 북미정상회담 성패를 가를 요인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최근 한·미를 겨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북미정상회담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등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내놓도록 압박하려는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양측이 기존의 입장에서 일정하게 양보하면서 극적 타협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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