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이 지목한 '73광수'…항일정신 선양한 지응현 선생 친손자

입력 2018-05-23 10:45  

지만원이 지목한 '73광수'…항일정신 선양한 지응현 선생 친손자
대 이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친형은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력을 38년간 숨기고 살다가 역사 왜곡 세력에게 '북한군'으로 지목당한 지용(76)씨의 가족사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5·18기념문화센터에 따르면 지용 씨는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한 붕남(鵬南) 지응현(池應鉉) 선생의 친손자로 밝혀졌다.
호남의 부호로 손꼽힌 지응현 선생은 1910년 조국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자 애국정신과 반일사상을 선양하고자 1924년 고려말 충신 등을 모신 사당인 병천사를 건립했다.

광주 서구 금호동에 있는 병천사는 정몽주·지용기·정충신·지여해·지계최 등 고려 말과 조선 인조 때 충신 5명의 선현을 배향한 사당으로 1979년 시 유형문화재 11호에 지정됐다.
지응현 선생은 농촌지도자 양성 등 후학 양성에도 힘썼는데 농업을 부흥해 민족의 역량을 기르고자 응세농도학원을 세웠다.
응세농도학원을 모태로 덴마크식 축산농업지도자를 양성하는 수의학교를 건립하는 등 육영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광주와 전남에는 지응현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송덕비가 17기 남아있다.
그의 후손들도 광주 쌍촌동 대건신학교(현 가톨릭 평생교육원), 지산동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 금호동 상무초등학교 부지를 사회에 기증하며 솔선수범을 이어갔다.

지용 씨의 친형인 지갑종(91) 씨는 영국 로이터통신 종군기자로 한국전쟁을 기록했고,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벨기에·룩셈부르크·필리핀·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각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지용 씨는 5·18 당시 사업체를 운영하는 38세 가장임에도 시민군 일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금남로에서 계엄군 병력이 소총에 장착한 대검으로 청년들을 찌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 항쟁에 뛰어들었다.
대학 시절 레슬링을 익히는 등 건장한 체구를 지닌 그는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 씨와 함께 도청을 지켰다.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도청에 들이닥치기 직전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어가면서 큰 화를 면했다.
이후 38년간 시민군 참여 이력을 함구하고 지내왔다.

지용 씨는 5·18 기록사진에 등장하는 자신을 지만원(75) 씨가 북한 특수군인으로 지목한 사실을 알고 나서 광주항쟁의 진실을 알리는 일에 나서기로 했다.
5·18기념문화센터를 통해 계엄군 헬기 사격을 목격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또 자신을 '제73 광수'로 지목한 지만원 씨를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그는 지만원 씨를 고소하는 심경과 1980년 5월 경험담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이날 열기로 했지만 큰 관심이 집중되면서 계획을 미뤘다.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은 "지용 씨는 대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온 명망가 집안 출신"이라며 "그의 항쟁 참여 이력은 5·18이 기층민 만의 항쟁이 아닌 모든 시민의 항쟁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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