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석 앉은 세 딸과 눈인사…이재오·김효재·하금열 방청
재판 끝나자 변호인에게 "수고했다"…이재오, MB에 건강 걱정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구속된 지 62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수갑과 포승줄 없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했다.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나오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자신의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12시 25분께 서울동부구치소를 출발해 재판 1시간 전인 오후 1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이 전 대통령은 레몬색 서류 봉투를 손에 쥐고 있었다. 다른 구속 피고인들과 달리 수갑은 차지 않았다.
교정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4월 개정된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여성 등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법정 출석 시 수갑이나 포승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도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께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방청석을 한 번 살피고는 교도관의 부축을 받아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날 방청석에는 세 딸이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나와 부친의 재판을 지켜봤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하금열 전 비서실장 등도 법정을 찾았다.
이날 재판은 오후 7시10분까지 장장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30∼40분마다 한 번씩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다"며 재판부에 직접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휴정에 맞춰 피고인 대기석으로 들어가면서 방청석 앞쪽에 나란히 앉은 가족 등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눴다. 목을 길게 빼고 방청석에 앉은 딸을 찾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검찰이 증거 서류들을 설명할 땐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전하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특히 삼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 마이크에 대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모두 끝나자 변호인들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앞줄에 자리한 지인들을 향해서는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아네, 나도 모르는…"이라고 말하며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법정은 나가려는 이 전 대통령에게 "건강이 어떠시느냐"고 물었고 이 전 대통령은 "좋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방청석은 재판 시작 때만 해도 다소 비어 있었지만, 재판 도중 방청객들이 몰려 사실상 만석을 이뤘다.
다음 재판은 28일 오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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