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코칭으로 마무리훈련
"꿈 같은, 감사했던 시간…초심으로 돌아가야"
(의성=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꿈꾸는 것 같았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컬링 은메달 쾌거를 이룬 '팀 킴'의 막내 김초희가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순간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초희는 23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열린 컬링 대표팀 멘탈코칭 마무리훈련에서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 남자컬링 주장 김창민, 믹스더블 이기정, 천비키 멘탈코치와 동그랗게 앉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초희는 손에 '행복한', '허전한'이라고 각각 적힌 감정카드 2장을 쥐고 있었다. 국가대표 활동 이후 자신의 마음속에 남은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멘탈코칭 마무리훈련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여자컬링, 남자컬링, 믹스더블 컬링 대표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까지 마친 후 각자 휴식을 즐기던 선수들이 의성에서 다 같이 모이기는 처음이다.
선수들은 오랜만에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꽃도 피우며 팀워크를 더욱 끈끈하게 다졌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이들은 의성에서 컬링을 하면서 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기적을 일궜다.
지금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대한컬링경기연맹 국가대표 계약 기간도 끝나 휴가를 즐기는 중이다.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행정 기능을 잃은 연맹이 차기 국가대표 선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 선수들은 아직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면서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한다. 이는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는 첫걸음이다.
김민정 여자컬링 감독은 "아직 선수들에게 올림픽의 여운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여운을 내려놓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간절함이 다시 올라와야 한다"며 "이 훈련으로 선수들이 마음을 비우고 내려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멘탈코칭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올림픽에 임하면서도 지속해서 해왔던 훈련이다.
믹스더블 이기정은 "올림픽 기간에도 전화로 천 코치님과 명상 훈련을 하면서 많이 차분해졌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마무리훈련'을 받으면서 선수들은 '감사함'을 되새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은 서로 '롤링페이퍼'를 적으며 감사의 마음을 직접 나누기도 했다.
김은정은 "국가대표를 하면서 감사한 일, 신기한 일, 겪어보지 못한 일을 많이 겪었다. 일단 감사한 일이 많았다"고 돌아보고 "이제 정리 잘하고 잘 쉬어서 다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애도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소한 것에 감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국가대표 경험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신감도 충전했다.
남자컬링 이기정은 "이제 23살인데 이 나이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미래에도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창민은 "돌아보면 너무 소극적이거나 너무 흥분했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는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고, 김초희는 "재밌는 경험을 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됐다"며 미래를 기대했다.
믹스더블 장혜지도 "내가 컬링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컬링을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홀로 훌쩍 떠나는 여행을 즐겼다는 김영미, 친구들과 제주도 빼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는 김경애,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오은수 등 저마다 훈련에서 벗어나 여유를 되찾은 이야기도 나눴다.
선수들은 이제 '초심'을 찾는다.
여자컬링 김선영은 "올림픽과 투어 대회, 세계선수권까지 일정이 다 끝났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이다. 처음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본부터 준비할 것"이라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오은수는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마무리가 중요하다. 다 정리하고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른쪽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아 오른손목에 붕대를 감고 나온 남자컬링 성세현은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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