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응답률 1%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나

입력 2018-05-24 10:43  

[팩트체크] 응답률 1%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나
안철수 "'문빠'·'태극기'만 응답"…전문가 "응답률 낮다고 신뢰도 낮은 것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집중적으로 응답률 1% 여론조사가 여러 개 쏟아져 나왔다. 드루킹으로 댓글 조작을 못 하니 여론조사 조작이 시작된 거 같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1일 열린 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한 발언이다. 응답률 1%인 여론조사를 보니 설문내용이 너무 길었고 이 때문에 이른바 '문빠'와 '태극기'로 불리는 양극단 성향의 유권자만이 응답자로 남아 자신이 3등에 그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게 안 후보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지난 주말부터 응답률 1%인 여론조사가 여러 개 쏟아졌다는 주장은 부풀려진 발언임을 알 수 있다.
지난주 금요일인 18일부터 21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서울시 광역단체장선거 관련 여론조사 중 응답률이 1%대인 것은 1개뿐이었다. 언론 등을 통해 공표하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모두 여심위에 등록해야 한다.
아시아투데이와 데일리안의 의뢰로 알앤써치가 실시한 '서울 광역단체장선거 정당지지율' 조사가 1.7%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3개 조사의 응답률은 16.5%(쿠키뉴스 의뢰, 주원씨앤아이 실시), 14.8%(일요신문 의뢰, 조원씨앤아이 실시), 4.3%(미래한국 의뢰, 여론조사공정 실시)를 각각 기록했다.
응답률이 1.7%에 불과했던 조사의 표본 크기, 즉 응답자 수는 총 810명으로 접촉 후 조사에 응하기를 거절하거나 중도 이탈한 무응답자까지 포함하면 총 4만8천204명에게 전화가 닿았다.
범위를 1주일 앞선 11일까지로 넓혀봐도 서울 광역단체장선거 관련 여론조사 7건 가운데 응답률이 1%대인 것은 2건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가 응답률이 낮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안 후보의 표현이 낮은 응답률을 강조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는 조작된 것이며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응답률은 응답자 수를 응답자와 무응답자의 합계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것으로, 수식으로 표현하면 '응답자수 / (응답자 수 + 무응답자 수) X 100'이 된다.
표본 1천명 대상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10%라는 것은 1천명의 10%인 100명이 답했다는 것이 아니라 응답자와 무응답자를 합한 숫자(1만명)의 10%인 1천명이 답했다는 의미다.
응답률과 여론조사 신뢰도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존재한다. 다만 응답률이 낮더라도 표본이 전체 유권자를 잘 대변하도록 추출된다면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응답률이 낮다는 것이 반드시 여론조사의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응답률이 높으면 신뢰도가 높지만,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다"며 "응답률이 낮아도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응답률이 조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며, 표본 추출과 조사 방식 등 이보다 중요한 요인들이 많다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응답률과 여론조사 신뢰도 간 상관성이 거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률이 5%가량이었던 조사가 10%가량이었던 조사에 비해 선거결과와 더 비슷했다"며 "응답에 참여한 집단과 거절한 집단의 성격이 조사의 성격과 관련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차이 나지 않으면 응답률이 조사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거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심위가 마련한 선거여론조사 기준을 보면 전국 단위의 선거조사의 경우 표본이 1천명 이상이어야 공표·보도할 수 있으며, 광역단체장선거나 시·도 단위 조사는 800명 이상,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나 자치구 시·군 단위 조사는 500명 이상이어야 한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응답률 편차를 보정하기 위해 조사지역 전체 유권자의 비율에 따라 부여하는 가중치 역시 0.5~2.0 범위내에 있어야 공표할 수 있다. 하지만 응답률과 관련해서는 공개하도록 할 뿐 수치 기준은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최소 어느 수준 이상 되어야 한다는 컨센서스는 없다"며 "미국의 경우 응답률 30% 이하인 설문조사는 폐기하도록 한다는 일각의 주장 역시 근거 없는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응답률이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낮은 응답률 때문에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낮게 나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응답률은 여론조사의 품질을 판단하는 한 지표로 응답률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지나치게 낮은 조사는 언론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만 낮은 응답률이 안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를 증명하려면 다수의 여론조사 사례를 통해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명회 고려대 교수는 "응답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응답률에 영향을 끼치는데, 현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응답자들이 심리적 부담이 심해 자기의 의견을 발표하기를 꺼리고 이들의 응답률도 낮아지게 된다"며 "응답률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보다는 자유한국당일 것"이라고 말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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