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인터뷰…"오작두, 비현실적이지만 끌렸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가슴 절절하고 슬픈 멜로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배우 김강우(40)는 연기생활 17년 동안 주로 액션이나 스릴러에 출연하며 묵직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런 그가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투박하지만 순정을 간직한 시골 남자 오작두로 변신해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강우는 "전엔 멜로 하기가 겁이 나서 잘 안 했다. 다른 장르와 달리 멜로는 배우의 힘만으로 가야 한다"며 "가장 쉽게 찍을 수 있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장르다. 멜로라서 오작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데릴남편 오작두'는 조금씩 어설픈 구석을 지닌 캐릭터들이 서로 만나며 성장하는 과정을 매끄럽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제가 올해 마흔인데, 전부터 '마흔 정도 되면 멜로를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데릴남편 오작두'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진한 애정 신(scene)이 없어도 가슴을 설레게 했죠."
김강우는 오작두라는 캐릭터를 만난 것, 좋은 상대 배우를 만난 것을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오작두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가진 이미지와 달라서 더 끌렸어요. 비현실적인 인물이었지만 제 목표는 이 인물을 내 옆에 지금 사는 누군가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가진 것은 없지만 당당하고 배려심 있고, 남과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죠. 너무 과하면 오버스럽고 너무 얕으면 매력이 살지 않기 때문에 적정선으로 표현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김강우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오작두로 변신하면서 도시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는 "전라도 사투리가 생소해서 처음엔 어려웠다. 광주 출신 소속사 후배에게 4회까지 코치를 받았다"며 "아마 4회까지만 (사투리를) 잘했을 거다"고 웃었다.
상대역인 한승주를 맡은 유이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유이 씨는 굉장히 프로다워요. 현장에 한승주 그 자체로 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멜로는 둘이서 장면을 잘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엄청난 도움을 받았어요."
주말극이라는 데서 오는 부담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엔 주말극이 감정을 쌓아가는 부분에서 깊이감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오작두 캐릭터에 끌려 처음 주말극을 했는데 하고 나니 차이를 모르겠어요. 카메라도 똑같고, 밤새우는 것도 똑같고…. (웃음) 편견이 깨진 것 같아요."
김강우는 "주말극이 '막장'이라는 패러다임을 바꾼 것 같아서 자부심이 생겼다"며 "그래서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많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알린 김강우는 그동안 영화 '실미도'(2003), '태풍태양'(2005), '식객'(2007), '돈의 맛'(2012), '카트'(2014), '간신'(2015)과 드라마 '나는 달린다'(2003), '세잎클로버'(2005), '남자이야기'(2009), '골든크로스'(2014), '굿바이 미스터 블랙'(2016), '써클'(2017) 등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했다.
예능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예능 출연 계획 있죠. (웃음) 요즘엔 전과 달리 그 사람 자체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서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할 용의가 있습니다. 여행이나 요리 프로그램 등 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다면요."
아직 차기작은 정하지 않았지만 김강우는 쉬지 않고 활동할 계획이다.
그는 "취미가 없어서 일하는 것이 좋다"며 "연기 안 할 때는 완전 백수다. 올해 안에 또 뵐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를 처음 시작할 때 갖고 있던 청년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상병 정도 됐어요. 전보다 '선배' 소리를 많이 듣고. 그래서 더 잘해야겠죠. 선배가 못하면 창피하잖아요."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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