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교 측 후배 학생들 신고에 확인도 없이 기정사실화, 명확한 조치도 없어"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고 학생 2명 경찰 고소…학교 측 "성관계 표현 쓴 적 없다"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정말 교내에서 성관계를 한 것인지 사실을 명확히 확인도 하지 않고 학부모를 부르고 소문까지 퍼져 중학생 어린아이가 열흘째 학교도 가지 못하고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전 A중학교 학부모 B씨는 지난 9일 2학년 아들의 담임선생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학교에 갔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아들이 교내에서 한 학년 위 여학생과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다.
담임교사는 "지난달 말 방과 후 시간에 (아들이) 교내 무용실 복도에서 여학생과 성관계를 하는 것을 목격한 1학년 학생들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고 B씨는 전했다.
학생들이 목격한 것은 이달 초에 1학년 학생 담임에게 신고됐다. 1학년 학년부장이기도 한 이 담임은 2학년 학년부장에게 말했고, 해당 학생의 담임에게도 전달됐다.
B씨는 충격을 받아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조용히 해도 모자랄 판인데 (아들이) 나서서 떠들고 다녀 학교에 소문이 더 퍼지게 됐다"고 했다는 것이다.
B씨가 오후에 담임을 만기기 전인 이날 오전에 2학년 학년부장이 아들을 불러 "사실대로 말해라"라고 한 것에 "(아들이) 신고한 애들이 누구인지 친구 여럿과 함께 1학년 교실에 가 묻고 다니는 과정이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를 더 황당하게 한 것은 "아들이 성관계 그런 거 없었고, 단지 그 여학생과 같이 등을 대고 앉아있었다. 주변에는 다른 친구들도 있었다"고 울면서 부모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B씨는 사실을 확인하려고 다음 날인 10일 교장실에 방문해 신고한 1학년 학생 2명과 1학년 담임선생 면담을 요청했지만, 학생들이 어린 점 등을 들어 모두 거절당했다.
그는 "사실로 드러나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지만, 아들이 '아니다'라고 하니 사실관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이 상대방 여학생에게 받은 진술서에도 '복도에서 장난치고 있었다.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는 등 오해할 만한 자세가 연출되기는 했지만, 성관계는 없었던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고발하는 내용을 올리고, 15일에는 목격자라는 1학년 학생 2명에 대한 고소장(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죄)을 경찰에 제출했다.
학교 측은 그동안 두세 차례 전화를 걸어오거나 찾아와 '학생들이 본 것이 왜곡됐거나 과장됐을 수 있다거나 (담임선생의 말을) 오해해서 들었다. 고소를 취하하고 아들을 학교에 보내달라'는 말만 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B씨는 "사실이 아니면 학생들이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하고, 교사들도 그런 중요한 일에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확인하고 나서 부모에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기정사실로 하고 단정 지어서 한 게 매우 유감"이라며 "그 일로 아들은 큰 상처를 받아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또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무용실 복도가 반지하의 어두운 곳이어서 학생들이 정확히 보지 못했을 수는 있다. 학생들은 다른 의도 없이 순수하게 얘기한 것"이라며 "학부모 면담 때도 성관계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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