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음 주 알게 될 것"…주말 실무접촉 이어 폼페이오-김영철 만남 주목
北 '회담 재고려' 또 언급한 가운데 비핵화 의제 놓고 치열한 조율 전망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 다음 주 안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주말 싱가포르에서 실무 접촉이 예정된 가운데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도 조만간 사전 회담을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현지시간) 최근 북한의 돌변한 태도로 안갯속에 빠져든 6·12 북미정상회담 운명의 결정 시한을 다음 주로 못 박았다.
최근 북한의 '회담 재고려' 엄포에 '취소 또는 연기'로 응수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엇이 되든, 우리는 싱가포르(회담)에 관해 다음 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회담이 안 열리면 아마도 회담은 다음에 열릴 것"이라면서 처음으로 연기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다음 주를 데드라인으로 정한 것은 양국 실무 접촉과 고위급 대화의 결과를 보고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할지, 아니면 연기 또는 취소로 선회할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 관리들을 만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기획 회의를 한다.
양국 대표단은 사전 접촉에서 회담 의제는 물론 장소, 형식, 인력 및 물자 이동 등의 세부 내용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 접촉과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과의 추가 고위급 대화를 희망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고위급 대화의 시기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마친 뒤'라고만 명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 주 안에는 제3국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홍콩에서 발행되는 온라인 영문 매체 '아시아 타임스'는 같은날 "최근 각각 북한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2명의 소식통중 한 사람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금까지 공개된 2차례 방북보다 더 많이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두 소식통이 지난주 비공개 설명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잘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며 이같이 전했다.
매체는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관해 말한 소식통이 북한을 방문한 사람인지 중국을 방문한 사람인지 구분하지 않았고,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알려지지 않은 방북이 더 있다고 믿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만약 북미 고위급 대화가 개최된다면 최근 두 차례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미 행정부의 또 다른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나설 경우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상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은 고위급 대화를 통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결심했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비핵화 방법론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식을 놓고 북한이 최근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만큼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접촉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회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이 '세기의 핵 담판'을 코앞에 두고 기선 제압을 위한 기싸움에 들어간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서로 갈등만 부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놓고서도 로이터 통신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들은 "북미정상회담 계획에 대한 의구심을 추가로 던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에서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최선희 부상은 24일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맞불을 놔 불안감을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양측이 정말로 정상회담에서 발을 빼고 강경 대치 국면으로 돌아가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해결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워 '러시아 스캔들'과 같은 국내 문제를 돌파하고 나아가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2020년 재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에 아직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가 정상회담과 관련해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언젠가 만남이 확실히 있을 것이다. 그 만남은 충분히 6월12일이 될 수 있다"고 한 점은 여전히 계획대로 회담을 하고 싶어한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일 수 있다.
최측근이자 회담 준비작업을 지휘하는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그 결정은 궁극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며 "나는 6월12일로 예정된 그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데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다", "올바른 거래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지 않는다는 우리는 정중하게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는 등 엄포성 발언도 잊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비핵화 보상 문제에 관한 대화를 일부 공개해 협상 진척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북한 역시 '리비아 모델'에 대한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만을 문제삼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완전히 판을 엎으려는 의도까지는 아니라는 분석이 좀 더 우세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한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판한 이날 최 부상의 담화 모두 타깃을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두 사람의 방송 인터뷰만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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