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신흥국 뒤늦게 금리인상 나섰지만…"효과는 낙관 못해"

입력 2018-05-24 10:56  

'벼랑끝' 신흥국 뒤늦게 금리인상 나섰지만…"효과는 낙관 못해"
통화가치 급락·자본유출 아르헨·인니·터키, 잇따라 금리 인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에 이어 터키도 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통화가치 급락으로 위기에 몰렸던 신흥국들이 잇따라 대응에 나서는 양상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23일(현지시간)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해 주요 금리 중 하나인 후반유동성창구(LLW) 금리를 13.5%에서 16.5%로 3%포인트 인상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정책금리인 7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4.25%에서 4.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도네시아는 그간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으나 4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그보다 앞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이 기간 27.25%에서 40%로 급격히 올랐다.
금리 인상에 나선 국가들은 최근 통화가치 급락으로 자본유출 위기를 겪은 국가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는 올해 들어 이번 금리 인상 직전까지 달러화 대비 28%가량 절하됐으며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도 올해 들어 4개월간 10% 이상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연초 대비 4%가량 떨어졌고 달러당 14,000루피아를 돌파했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한 미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신흥국에서는 자본유출이 나타나고 있으며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고 무역수지 등 경제 여건이 취약한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 세계은행의 정부 효율성 지수 대비 경상수지 비율을 비교했을 때 신흥국 중에서도 미국 금리 상승의 여파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터키, 아르헨티나, 페루, 브라질, 인도네시아라고 분석했다.
터키의 금리 인상에 일단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23일 달러당 4.91리라에 달했던 환율은 금리 인상 후 4.58리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데다 정치적 요인이 변수로 남아있어 정책금리 인상이 기대만큼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샤말리아 칸 얼라이언스번스틴 신흥시장 채권 국장은 블룸버그통신에 "금리 인상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시장 심리를 바꾸는 데는 충분치 못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계속 매파적 정책을 쓰면 긍정적 영향이 유지되지만 단 한 번으로는 단기적인 심리 변화 이상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금리 인상 이후에도 페소화 가치가 급락을 거듭해 지난 14일 달러당 환율이 24.98페소까지 치솟았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23일 달러당 14,209루피아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흥국 통화 약세와 자본유출의 가장 큰 요인인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바뀌지 않는 터라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정책 대응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타타 고스 코메르츠방크 분석가는 "글로벌 시장이 받쳐준다면 단기적으로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충분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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