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사학스캔들 연루 의심을 짙게 하는 문서가 공개되면서 한층 더 심한 곤경에 처했다.
야권은 아키에 여사의 국회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는 한편 아베 총리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24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재무성은 전날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매각 협상 기록을 담은 960페이지 분량을 새로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아키에 여사와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언급되며 이들이 매각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아키에 여사와 관련해서는 아키에 여사 담당으로 배치된 공무원 다니 사에코(谷査惠子) 씨가 국유지 매각과 관련해 "총리 부인(아키에 여사)의 지인이 우대(조치)를 받을 수 없는지 부인에게 알아봤다"고 말하자 재무성측이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감정가 9억3천400만엔(약 91억원)보다 8억엔이나 싼 1억3천400만엔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가 아키에 여사가 직접 매각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하는 것인 만큼, 야권은 아키에 여사나 다니 씨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공동대표는 "아키에 여사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재무성이 공개한 문서를 통해 뒷받침됐다"고 말했고, 고쿠타케 이지(穀田惠二) 공산당 국회대책위원장도 "정부가 철두철미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아키에 여사의 국회 소환을 요구할 방침을 밝혔다.
야권이 이처럼 아키에 여사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은, 결국은 아베 총리를 겨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작년 2월 "나와 처가 관계가 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 그만두겠다"고 말한 바 있어, 아키에 여사를 무너뜨린다면 아베 내각의 총사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야권은 이번 문서 공개만으로도 아베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며 비판의 칼끝을 정권의 핵심에 겨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이번에 공개된 문서가 재무성이 당초 존재 자체를 부정했던 것이라는 점을 들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곤경에 몰린 아베 총리가 재무성이 작년 2월 스캔들이 터진 뒤 직원들에게 해당 문서들을 폐기할 것을 지시했었다는 점을 들어 아소 부총리에게 책임을 물으며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다.
다만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소 부총리가 이끄는 파벌인 '아소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아베 총리가 계속 아소를 감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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