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주식 동남아 수백만명 영양실조 위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CO2)가 증가하면서 쌀에 함유된 단백질이나 비타민이 줄어들어 수백만명을 영양실조 위험에 빠뜨리는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국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대학 전염병학 교수 애덤 드레우노우스키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기고한 논문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특히 CO2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우리가 먹는 식물의 영양성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는 열량의 70%와 대부분의 영양소를 쌀로부터 얻는 쌀 소비국가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백질과 비탄민 결핍은 성장 방해, 선천적 장애, 설사, 감염, 조기사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드레우노우스키 교수는 이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등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최저 수준에 있는 나라들을 꼽았다.
연구팀은 현재 400ppm인 대기 중 CO2 농도가 금세기 하반기에 568~590ppm으로 늘어났을 때를 상정해 중국과 일본에서 현장 실험을 했다. 논에 18종의 벼를 심고 폭 17m의 8각형으로 둘러쳐진 파이프를 통해 CO2를 방출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도쿄대학의 고바야시 가즈히코 교수는 "이 방법이 농부들이 금세기 하반기에 실제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조건에서 높은 CO2 농도가 벼농사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CO2 농도가 높은 조건에서 재배된 쌀은 현재보다 철과 아연, 단백질, 비타민 B1,B2,B5,B9이 모두 줄어들었다.
비타민 B1(티아민)은 17.1%, 비타민 B2(리보플라빈)는 16.6%, 비타민 B5(판토테닉산)와 비타민 B9(엽산)은 각각 12.7%, 3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 함량은 10.3% 줄었으며 철분과 아연은 각각 8%, 5.1% 감소했다.
하지만 비타민 B6와 칼슘은 변함이 없었으며, 비타민E는 대부분의 품종에서 늘었다.
이런 변화는 CO2 농도가 높아지면서 식물의 구조와 성장에 영향을 주고, 질소 노출도 줄였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에 앞서 하버드대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한 연구에서도 기후변화가 쌀과 밀, 보리, 감자 등 주요 농산물의 단백질을 낮춰 2050년까지 약 1억5천만명이 추가로 단백질 결핍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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