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진 "식물 노화 핵심 유전자 'NAC 트로이카' 발견·기능 규명"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시스템 생물학 기법으로 식물 노화 관련 유전자의 전사인자 간 상호작용을 분석, 식물 노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작용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단장 남홍길, 부단장 황대희) 연구진은 24일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에서 노화 속도 조절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를 찾고, 이 유전자들 간 발현 관계를 네트워크 형태로 분석해 노화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식물이 노화되는 정도와 형태는 수많은 종류의 노화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발현되는 양상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노화 유전자의 전사를 조절하는 전사인자군은 노화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해 노화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화의 특성상 이 전사인자군에 해당하는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지거나 새롭게 발생해 정적인 분자유전학적 연구만으로는 노화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유전자 또는 단백질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시간에 따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생물학 기법을 활용, 낵(NAC : NAM/ATAF/CUC)으로 불리는 전사인자군에 해당하는 노화 유전자 49종을 대상으로 이들끼리의 상호 전사조절 관계를 네트워크 형태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서로 전사 작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던 NAC 유전자들이 노화가 시작되기 직전에 해당하는 잎이 생긴 지 18일 째에는 서로의 전사 작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전사조절 방향성이 반대로 바뀌는 노화 직전 단계를 식물 노화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보고, 이때 NAC 유전자 네트워크에서 다른 유전자들과 가장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유전자 3종(ANAC017, ANAC082, ANAC090)을 찾아내 'NAC 트로이카'로 이름 붙였다.
이들 세 유전자를 분리해 기능을 연구한 결과 노화 시작 직전 단계에서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ROS)와 살리실산(SA)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NAC 트로이카가 식물 노화를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세 유전자 중 하나 혹은 두개씩을 제거해 해당 유전자의 기능이 손실된 변이체를 만들어 관찰한 결과 활성산소 또는 살리실산이 증가해 잎이 조기에 노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NAC 트로이카가 NAC 유전자의 전사조절 네트워크를 통제해 식물 잎의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NAC 트로이카를 제거하거나 발현을 강화하면 노화를 촉진하거나 늦출 수 있어 식물 노화 조절 메커니즘 규명은 물론 벼 등 각종 작물의 특성 개량 등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대희 부연구단장은 "이 연구는 NAC 유전자의 전사조절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기존의 정적인 분자유전학적 연구방식을 넘어섰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시간에 따른 식물의 노화 진행을 보다 역동적인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 7일)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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