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날 밝힌 '유연성 있는 일괄타결론' 연장선상 분석
"북미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체제보장' 합의하면 종착지 도달"
"역대 가장 어려운 검증 될 것"…다국적 매머드급 검증단 가동 방침
비핵화 정의 묻자 "무기와 미사일 능력·핵물질 기술·R&D까지 포함"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비핵화 로드맵'을 조율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신속한 비핵화'(Rapid Denuclearization)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창해온 '리비아 해법'에 선을 그으면서 내놓은 북한 비핵화 방식의 핵심 콘셉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아주 짧은 기간'(a very short period of time)의 비핵화를 구체화한 개념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비핵화 모델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 혼선을 지적하며 '리비아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냐 아니냐'고 묻는 말에 "우리가 추진하는 모델은 '신속한 비핵화'"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신속한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시간을 두고 늘어지지 않는 '전면적이고 완전한'(Total and Complete) 비핵화"라고 규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신속한 비핵화'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 중인 '유연성이 가미된 일괄타결론' 방식과 맥락을 같이한다.
큰 틀에서 북미가 핵폐기와 체제보장 조치를 일거에 맞바꾸는 '빅딜'로 가되, 비핵화 절차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감안해 단계적 접근의 성격을 가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리비아 모델에 대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부인한 대로 "그것은 정말 우리의 모델이 아니다"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체제 전복이 아닌)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안전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의 이익을 안전하게 보장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나에게 지시한 북한과의 (협상) 진행 방식이 뭔지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잘게 쪼개는 형태로) 주고받기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오래 끌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말과 약속이 아닌 불가역적인 일련의 조치를 볼 때까지는 경제적 제재 완화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거기(일련의 조치)에 도달했을 때에는 그 대가로 북한 사람들을 도울 위대한 거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결국 비핵화와 체제안전을 둘러싼 북미 간 일괄타결식 빅딜의 성사 여부는 정상 간 직접 담판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는 두 지도자 모두가 우리가 목표로 하는 해결책, 즉 근본적 (체제) 보장에 대한 대가로 완전한 비핵화를 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할 때 풀린다"며 "두 사람이 그 문제에 합의하면 종착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며, 우리는 좋은 날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묻자 "그들(북한)의 시스템에는 미국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며 무기 능력과 미사일 능력, 관련 기술, 우주 발사 운반체와 연계된 엔진 시스템, 그리고 핵분열성 물질과 이러한 핵물질을 생산하는 기술, 핵 관련 모든 엔지니어링과 연구·개발(R&D)이 그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민간 핵 프로그램은 남겨두겠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들이 농축 능력을 갖추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해왔다"면서도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오늘은 이에 대해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핵 물질 반출 등 핵 폐기를 위한 협상 과정 등에서 검증 문제가 '뇌관'이 될 것으로 내다보며 '매머드급 다국적 검증' 방침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검증 작업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길고 어려운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역대 가장 어려운 검증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것은 길고 힘든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증 작업과 관련,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에 대비해 이미 대규모 팀을 가동하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다양한 협력국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분명히 포함될 것이고 이 분야에서 대단한 역량과 전문지식을 가진 다른 주체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