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길·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D.H.로렌스의 미국 고전문학 강의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동양방랑 = '인도방랑', '티베트방랑'을 잇는 일본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서. 이윤정 번역으로 개정판이 출간됐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 인도, 티베트, 미얀마, 태국, 중국, 홍콩, 한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는 400여 일간(1980∼1981년)의 기록이다. 이 책은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개정판에는 소설가 장정일의 서평을 담았다.
"'인간은 살덩이죠. 감정으로 가득한….' 이스탄불의 창녀 돌마가 멍한 표정으로 내뱉은 그 말의 의미 속에서 사람은 녹는다. 늙음과 무관심으로부터 나를 되살려준 아시아의 인간 천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작가정신. 528쪽. 2만8천원.
▲ 사촌 퐁스 = 프랑스 대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 장편소설.
그가 평생 집필한 200편이 넘는 소설 중 마지막 완성작 가운데 하나로, 이번에 국내 처음 번역돼 소개된다.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이 작품을 꼽기도 했다.
사실주의 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유행에서 뒤처진 노총각이자 식충 취급을 받는 퐁스의 비극적 일대기를 그렸다.
"정념들, 정의, 정치, 커다란 사회 세력들은 사람을 칠 때 그 사람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다" 같은 통찰이 빛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정예영 옮김. 을유문화사. 436쪽. 1만5천원.
▲ 밤의 찬가/철학 파편집 = 독일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철학자 노발리스(1772∼1801)의 작품집.
그가 생전에 발표한 세 작품 '밤의 찬가', '꽃가루', '신앙과 사랑'에 더해 유고로 남은 철학 파편을 한 권으로 묶었다. '밤의 찬가'는 이성과 빛을 중시하는 전통을 깨고 그 대척점에 있는 밤을 찬양하고 끌어올린 작품으로, 니체를 비롯한 후대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신비 정신을 상징하게 된 밤의 이미지는 독일 문학과 사상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한편, 20∼30대 젊은 출판인들이 출범시킨 '?다 프로젝트'가 이 책 '밤의 찬가/철학 파편집'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 프로젝트는 독자를 위해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책을 내고 싶다는 의도로 기획돼 2016년 3월 첫 세 권으로 시작했으며, 이번에 열 권이 완간됐다.
박술 옮김. ?다. 240쪽. 1만4천원.
▲ 식탁의 길 =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 신작 소설.
케랑갈은 깊고 예리한 성찰과 정교하고 세련된 문체로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 한국에는 전작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라는 장편소설로 알려졌다.
2016년작인 '식탁의 길'은 뒤늦게 요리 길로 들어선 20대 청년이 현실과 부딪히며 실력 있는 셰프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유명 출판사 '쇠유'가 저명한 역사·사회학자인 피에르 로장발롱과 함께 기획한 총서 '삶을 이야기하다'(Raconter la vie) 시리즈로 케랑갈에게 집필을 의뢰해 탄생한 소설이다. 프랑스의 다양한 직군 구성원들에게 발언권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기획된 시리즈로, 케랑갈은 하나의 직군인 요리사에 초점을 맞췄다.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160쪽. 1만800원.
▲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 = 그리스 이와니나 국립대학에서 수학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최혜영 전남대 사학과 교수의 저서.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그리스 비극 관련 저술이 작품 소개와 분석에 그친 것과 달리 저자는 그리스 역사와 정치적 지형을 조망하며 비극을 새롭게 풀이한다. 공연을 전제로 한 비극 대본을 단순한 텍스트 분석을 넘어 당시의 배경, 쟁점, 맥락이라는 콘텍스트와의 '상호교류성'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런 심층 분석을 위해 저자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기슭의 디오니소스 극장을 비롯해 엘레우테리아이 등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까지 여러 차례 답사하고 조사했다고 한다.
푸른역사. 424쪽. 2만5천원.
▲ D. H. 로렌스의 미국 고전문학 강의 =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D. H. 로렌스(1885∼1930)의 미국 고전문학 비평서.
한국에는 40여 년 전 번역돼 소개됐는데, 이번에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새로운 번역과 편집으로 출간했다.
로렌스가 1923년 펴낸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 너대니얼 호손, 허먼 멜빌, 월트 휘트먼 등 고전작가 8명의 작품을 해석하고 논평한 글을 묶었다.
임병권 옮김. 344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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