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복원 유전적 다양성 확보"…반대 목소리도 없지는 않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3월 마지막 수컷 '수단'이 사망하면서 암컷 두 마리만 남게 돼 새끼가 태어날 수 없는 '기능적 멸종'을 맞은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 보존연구소 연구팀은 냉동보관해 온 북부흰코뿔소의 세포를 이용해 개체수를 늘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연구팀은 우선 '냉동동물원(Frozen Zoo)'에 보관된 북부흰코뿔소 세포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사촌격인 남부흰코뿔소 게놈과 비교했다. 그 결과 북부흰코뿔소를 복원할 수 있는 유전적 다양성은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과학저널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소 냉동동물원에 보관된 북부흰코뿔소 세포는 총 9마리에서 채취한 것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놀라울 정도로 높다고 한다.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남부흰코뿔소에 맞먹는 수준이어서 북부흰코뿔소 복원도 희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부흰코뿔소 복원은 냉동보관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난자와 정자를 만들어 수정하거나 남부흰코뿔소 난자세포에 북부흰코뿔소 DNA를 주입해 복제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유전적 다양성 확보였는데 1차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유전적 다양성이 충분치 않으면 복원되더라도 근친교배에 따른 '근교약세' 현상이 일어나 질병에 걸리기 쉽고 다시 멸종의 길로 들어설 위험이 높다.
북부흰코뿔소 마지막 수컷이 사망하면서 안타까움이 컸던 터라 복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번 연구결과는 좋은 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나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멸종 위기에서 구할 가능성이 더 큰 다른 동물에게 쏟아야 할 관심과 자원을 이미 기능적으로 멸종된 북부흰코뿔소를 복원하는데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 북부흰코뿔소가 복원되더라도 밀렵이 판치는 아프리카의 서식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동물원 신세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내피어 대학의 생태학자 제이슨 길크리스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생태학자로서 야생 생태계가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기능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원래의 자연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 복원에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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