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행사 참가자 유죄 인정…'민중총궐기' 참가자 무죄판결과 대조
대법 "미신고 집회와 신고 집회라는 차이 때문에 판결 달라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도로를 점거한 상태로 진행된 불법집회에 뒤늦게 합류한 집회 참가자도 교통방해죄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61)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질서유지선을 넘어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했으므로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서로의 행위를 인식하며 암묵적·순차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집회의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며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방해된 상태였더라도 이들과 공모해 교통방해 상태를 지속시켰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5년 4월 16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 추모 행동'에 참석했다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신고 집회로 진행된 이 행사의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9시10분께 집회를 마친 후 서울 세종대로 10차선을 점거한 채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히자 종로 쪽으로 방향을 바꿔 종로대로 전 차선을 점거했다.
김씨는 이미 차선이 점거된 시점인 오후 9시 27분 집회에 합류해 10시 4분까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도로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차벽 설치 등으로 일반교통이 전면 차단된 상태에서 도로를 점거한 것으로 보이고, 집회를 주도한 다른 참가자들과 공모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교통방해가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도로점거에 뒤늦게 합류한 집회 참가자의 교통방해 혐의를 무죄로 본 올해 1월 대법원 판결과 대비를 이룬다.
당시 대법원 3부는 '2015년 민중 총궐기대회'에 참가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권모(46)씨의 상고심에서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권씨도 김씨와 같이 이미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한 시점에 경찰이 차벽으로 교통을 차단한 상태에서 집회에 참가했는데, 대법원은 이 경우에는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민중 총궐기 대회는 신고된 집회였던 반면 범국민 추모 행동은 신고되지 않은 불법집회였다는 차이가 있다"며 "불법집회 도중에 참가해서 교통방해라는 불법에 합류했다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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