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이정철 교수 "플렉서블·웨어러블 기기에 활용 기대"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탄성체 금형 없이 액체 금속으로 선폭 수㎛의 전자회로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이정철 교수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도윤(석박사통합과정) 씨 연구팀은 27일 액체 금속을 늘어나는 기판 위에 인쇄하고 한쪽으로 균일하게 잡아 늘이는 과정을 반복, 선폭 2㎛의 액체 금속 전자회로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제작된 액체 금속 전자회로와 센서는 잡아당기거나 굽히는 외부 변형에도 도선이 끊어지지 않고 전기전도성이 유지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웨어러블 기기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휘거나 늘어나도 성능이 유지되는 유연한 전자회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처럼 전도성과 유연성을 갖춘 전자섬유가 주목받고 있지만 열에 취약하고 제조과정이 복잡해 대량생산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대안으로 저항이 낮고 전기전도성이 높으며 독성이 없는 액체 금속인 갈륨 혼합물을 이용한 프린팅과 패터닝 방식이 개발되고 있지만, 갈륨 혼합물은 표면장력 때문에 수십㎛ 이하로는 제작이 어렵고 굴곡 없는 평면에만 프린팅이 가능한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평면뿐 아니라 경사면에도 액체 금속 프린팅이 가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프린팅 시스템을 설계하고, 액체 금속 직접 분사 방식과 상변화를 이용한 액체 금속 이송 방식으로 액체 금속회로의 폭을 수㎛ 단위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액체 금속을 늘어나는 기판 위에 분사해 인쇄한 다음 기판을 한쪽으로 균일하게 잡아 늘이고, 이를 탈이온수와 함께 얼려서 떼어내 다시 늘어나는 기판에 옮겨서 원하는 선폭을 얻을 때까지 잡아 늘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처음에 100㎛ 선폭으로 인쇄한 다음 잡아 늘이는 과정을 6∼7회 반복해 선폭 2㎛의 액체 금속 전자회로를 만들었다. 첫 인쇄를 선폭 20㎛로 하면 기판을 잡아 늘이고 얼리고 옮기는 과정을 2∼3차례만 해도 2㎛의 액체 금속회로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경화된 탄성체로 회로 금형을 만들고 여기에 액체 금속을 채우던 기존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처음으로 ㎛ 단위의 액체 금속 패턴을 제작한 것이며, 이렇게 제작된 액체 금속 전기회로와 센서는 잡아당기거나 굽히는 외부 변형에도 도선이 끊어지지 않고 전기전도성이 유지됐다고 연구진을 설명했다.
이정철 교수는 "자체 개발한 액체 금속 프린팅 및 상변화 패터닝 방식으로 탄성체 금형 없이 2㎛ 폭의 액체 금속 패턴을 제작했다"며 "앞으로 플랙서블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기기, 플랙서블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5월 22일)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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