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보유세로 15조원 걷히면 기본소득 1인당 30만원 지급가능"
"제2의 토지개혁 필요한 시점…증세 늦추면 회복불능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문재인 정부가 '핀셋 증세'라고 해서 최고 부유층만 타깃으로 했더니 세수가 5조5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이번에는 수십조원을 목표로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세금을 더 부담하도록 하되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득주도 성장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정도와 범위가 부족해서 효과가 안 나타난 것 아닌가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다.
그는 "현행의 5∼10배 수준이 되는 증세가 필요하다"며 "보유세가 (인상) 우선순위 1번이며 부가가치세도 5%포인트(p) 정도 더 받을 수 있고 소득세, 법인세도 더 올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5조원 증세, 문재인 대통령은 35조원 증세를 이야기했는데 현재는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유세와 관련, 모든 토지 보유자에게 과세하는 '국토보유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는 '땅 부자'만 세금을 내다보니 사회갈등 요소가 있었다"며 "땅이 한 평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보유세를 걷으면 15조원이 걷히고 이를 5천만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1인당 30만원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농지 토지개혁 덕분에 60∼70년대 고성장이 가능했다"며 "지금은 제2의 토지개혁이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증세로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금 증세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인식이 퍼지면 조세저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 증세와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문제 등을 개별적으로 합의하기보다는 한꺼번에 논의하고 일괄 타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분배'가 제일 먼저 개선돼야 '성장'이 오고 '고용'이 따라온다"며 "기업 복지로 해결하기보다는 국가 복지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되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목표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1만원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너무 급격히 올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올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지원 방식을 바꾸면 좋겠다"며 "일자리 안정기금 방식으로는 영세기업에 인센티브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으로 "대대적인 일자리 뉴딜이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에 양질의 노동력이 있고 전기,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개선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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