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이사장이 공동대표 맡은 업체도 수색…횡령·배임 등 혐의
대한항공 기내용품 납품업체도 포함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수백억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한진그룹 관계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50분까지 트리온무역과 미호인터내셔널 등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들 업체 대표의 주거지와 대한항공에 기내 용품을 제공하는 업체인 태일통상도 포함됐고, 영장에는 횡령·배임 등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면세품 중개업체인 트리온 무역과 미호인터내셔널을 통해 조 회장 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트리온 무역은 한진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 원종승씨와 조현아·원태·현민씨가 공동대표를 맡은 면세품 중개업체로, 검찰은 한진 총수일가가 이 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챙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통행세란 일반적인 거래 과정 중간에 총수일가 소유 회사를 끼워 넣어 이들에게 지원하는 부당 이득을 뜻한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파는 면세품 중 상당 부분을 면세품 수입업체에서 직접 공급받는 대신 트리온 무역을 거쳐 납품받아왔으며 트리온 무역은 물품 공급가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호인터내셔널이라는 업체를 통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통행세를 거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미호인터내셔널은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업체로, 트리온 무역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러한 통행세가 조 회장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동대표인 조현아·원태·현민씨와 이명희 이사장에게는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고, 이들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지 않았다"며 "다른 공동대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조 회장 남매의 상속세 탈루 혐의와 관련해 조 회장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자택을 비롯해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이어 이날 면세품 중개업체 등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면서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 회장 남매를 수백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6부에 배당하고 수사해 왔다.
또 검찰은 조 회장 일가와 주변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고 비자금 조성 여부 등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2016년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대한항공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조 회장 일가의 금융 계좌를 압수수색해 분석해왔다. 검찰은 일부 자금이 비자금 조성 등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