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으론 안 통해…이름·당명 바꾸는 佛 '원조극우' 후손

입력 2018-05-25 16:44  

구식으론 안 통해…이름·당명 바꾸는 佛 '원조극우' 후손
딸은 '국민전선' 당명 개정…손녀는 '르펜' 이름 떼고 새 출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프랑스 원로 극우 정치인 장 마리 르펜(89)은 46년 전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창당해 많은 어려움 속에 당을 지키고 키워왔다.
그 결과, 국민전선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는 2인이 겨루는 결선투표에 후보를 올려놓으며 프랑스 정가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 딸과 손녀를 포함한 후손은 개인 이름을 바꾸거나 당명을 교체하는 식으로 '극우 원조' 장 마리 르펜의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고 AFP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 마리 르펜의 손녀인 마리옹 마레샬-르펜(28)은 최근 자신의 이름에서 르펜을 떼어내고 간단히 마리옹 마레샬로 쓰기로 했다. 마리옹은 하원의원으로 있던 지난해 5월, 돌연 차기 선거 불출마와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르펜이라는 이름이 프랑스 정치에서 지난 수십 년간 반이민과 인종차별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한물간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 이름이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악명 또한 매우 높다는 점에서 세력을 키울 때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집권을 위한 지지세 확장에는 부담으로 인식한 셈이다.
미래의 극우세력 지도자로 꼽히는 마리옹은 2012년 의원직 도전에 나설 때는 자신의 성에 엄마(얀 르펜)의 성을 더한 바 있다.
마리옹은 이름을 바꾼 것은 "(정치권을 떠나) 일반 시민의 생활로 바뀌었음을 알리기 위한 방법"이라며 그동안 이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장 마리 르펜의 딸이며 마리옹의 이모인 국민전선 지도자 마린 르펜도 2011년 당 대표 자리에 오른 뒤 아버지의 선동적인 수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마린 르펜은 지난해 대선에서는 성을 빼고 이름인 마린만을 이용했으며, 다음 달 1일에는 당명 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1972년 국민전선을 공동으로 창당한 장 마리 르펜은 당명 변경 움직임에 대해 "추구해온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당원들에게 거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반유대적 발언을 이유로 당에서 축출됐다.
한편, 1년 전 하원의원이던 마리옹은 이모 마린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직후 돌연 차기 선거 불출마와 함께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마리옹은 2012년 22살의 나이로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등장, 이모보다 더 강한 극우 색채로 대중적인 인지도와 함께 당내 입지도 강화해오던 터였다.
이에 따라 그의 갑작스러운 정치활동 중단 선언은 이모와의 불화설, 당내 권력 암투 패배설 등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정치활동 중단 후 사회과학정치경제연구소(Issep)를 설립한 마리옹은 오는 9월부터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보수적 견해를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마리옹이 정치에 복귀해 이모 마린의 뒤를 이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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