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해석에 따라 견해 엇갈려…위헌 주장 측 "절차 들어갔지만 완결 안 돼"
헌법학자 "60일 넘기지 말라는 것이지 꼭 의결하라는 것 아냐…국회는 의사표시한 것"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선언되자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이 헌법을 위반한 처사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회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가부를 헌법이 정한 기간 안에 의결하지 않고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시켰다"면서 "국회는 헌법을 위반했고 국민은 찬반을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 전에는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야당은 헌법에 정한 오늘(24일) 본회의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개개인이 헌법기관 자체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기모순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같이 주장하는 근거는 헌법 130조 1항이다. 이 조항은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의결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내리는 것인데, 투표 불성립은 의결 절차에는 들어갔지만 결국 성립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표결 불참을 기권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국회의원 개개인이 표결에 임할지 안 할지에 대해서는 재량권이 있다고 할 수 있어도 국회 전체적으로 보면 의결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헌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꼭 그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을 지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헌법 조항은 의결하려면 60일을 넘기지 말고 일정기간 이내에 하라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지 의결을 안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회에서 찬성이든 반대이든 의결을 안 하고 계속 시간만 끄는 태도가 문제될 수 있으니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형식적인 의미에서 의결은 아니어도 국회가 이번 개헌안에 대해 사실상 의사표시를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소장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그것을 얻지 못했다는데 방점을 둬야 하는 조항"이라면서 "부결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더라도 의원들이 그 자체로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투표하거나 하지 않거나,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도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보는 게 원칙"이라면서 "의원들이 투표를 안 했다고 위헌이라고 한다면 강제투표를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의결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면 꼭 헌법 위반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여당의 주장처럼 국회가 헌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또다른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라는 취지인데 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비판 외에 국회에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장판사는 "현행 헌법 제정 당시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을 때 어떤 식으로 조처 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학웅 변호사도 "헌법개정안은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묻기 위해 우선 국회, 그 다음 국민투표를 거치게 한 것이기 때문에 투표로 선출된 의원들이 1차 심사를 하지 못하면 이후에는 어떤 경우라도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발의안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면서 "다시 발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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