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미얀마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자신들이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힌두교도를 집단 살해했다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최근 보고서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ARSA는 25일(미얀마 시간) 트위터를 통해 "보고서에 언급된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 혐의 전부를 절대적으로 부인한다"면서 "우리는 종교나 인종에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도 무고한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아타 울라 ARSA 사령관의 서명이 담긴 성명을 공개했다.
ARSA는 이 성명에서 자신들은 미얀마군과 함께 로힝야족의 재산을 약탈하고 집에 불을 질렀던 라카인 극단주의자들도 민간인이기에 공격하지 않는다면서 하물며 자신들과 언어 등에서 공통점이 있는 힌두 공동체 구성원들을 살해한다거나 공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미얀마 정부와 군이 과거 힌두교 신자를 로힝야족 이슬람 신자인 것처럼 위장해 다른 주민의 집에 불을 지르게 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번 조사 내용도 미얀마군과 정부의 조작 때문에 왜곡된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ARSA는 이어 자신들은 언제라도 ARSA를 포함해 미얀마군과 정부, 라카인 극단주의자 등의 범죄 혐의에 관해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구나 조사단의 조사에 협조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AI는 22일 발표한 '라카인주에서 벌어진 학살' 제하 보고서에서 ARSA가 지난해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99명의 힌두교도를 살해한 증거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AI는 미얀마 라카인주와 난민이 머무는 방글라데시에서 수십 명을 면담한 결과와 법의학자가 분석한 사진 증거를 토대로 ARSA 대원들이 지난해 8월 25일 라카인주 북부 마웅도의 힌두교도 집단 거주지에 들어가 힌두교 신자 53명을 마을 외곽으로 데려가 처형하는 방식으로 살해하고 8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납치했으며 이슬람으로 개종을 강요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힌두교도들을 공격했다고 기술했다.
AI의 이 보고서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과 인권탄압으로 지금까지 로힝야족 70만 명이 미얀마를 떠나 방글라데시로 대피한 가운데, 국제인권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미얀마군이 아닌 로힝야 반군에 의한 집단학살 주장과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국제인권단체에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의 학살을 지적한 사례는 많았지만, 로힝야 반군에 의한 집단학살 가능성은 미얀마 정부만 주장했을 뿐 국제사회는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ARSA의 힌두주민 학살 주장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미국은 이 같은 조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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