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조, '직원연대' 비판 성명…"민주노총 개입"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대한항공 일반노조가 27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파문 이후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직원연대'에 외부세력이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성명 발표 전 일반노조가 회사 측과 성명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언론 대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회사 측이 '노노(勞勞) 갈등'을 부추기는 데 일반노조가 이용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이날 오후 2시께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 25일 창립을 선언한 직원연대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외부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면서 "일반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반노조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집회 때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간부가 준비를 주도하는 모습을 목도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과 관계된 인물들이 사회를 보고 집회를 돕는 모습을 봤다", "일반노조를 적으로 돌리며 명예를 훼손해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한 박창진 사무장이 (직원연대) 임시공동대표임을 스스로 밝혔다"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일반노조는 "민주노총은 직원연대를 통해 일반노조를 와해하고, 새로운 노조를 만들어 자신의 그늘 아래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일반노조가 이날 성명을 내기 전 회사 측과 성명 내용 등을 사전에 공유했다는 사실이다.
일반노조와 대한항공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날 오전 회사 측은 이미 일반노조가 직원연대와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다는 사실과 성명에 담길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노조 안팎에서는 일부 직원들로부터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일반노조와 회사 측이 직원연대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성명전'을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직원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일반노조가) 자발적으로 사측한테 모든 권한을 일임한 것 아니냐"며 일반노조가 드러내놓고 노노갈등의 도화선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직원은 "노조가 그들의 행태를 반성하기는 커녕 마지막 자리를 지키겠다고 직원연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반노조 조합원은 "총수 일가 갑질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노조가 오히려 직원들의 힘을 분산시키고 회사 측 입장에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조합원은 "조합원 신뢰 회복을 위한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노조 탈퇴 등 이탈자가 늘고 대표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반노조는 회사 측과의 짬짜미를 부인했다.
강성수 일반노조 정책국장은 성명이 사전에 공유된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성명을 사전에 어떻게 입수했는지 잘 모르겠다. 회사 측에 성명을 넘긴 적은 없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에는 3개 노조가 있다. 객실·운송·정비 등 각 분야 노동자들이 속한 일반노조(한국노총)와 조종사 노조(민주노총), 조종사 새노조(공군 출신)다.
일반노조는 대한항공 2만여 직원 중 1만962명이 소속된 가장 큰 노조지만, 최근 촛불시위에 나선 직원들은 일반노조를 회사 편에 선 어용(御用)으로 여긴다.
1994년 위원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고, 3년에 한 번꼴로 노사 임금협상을 회사 측에 위임하는 등 행태를 보여 회사 편에 서 있는 노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위원장 선거를 위해 열린 대의원 대회에는 회사 인력관리본부장이 참석해 선거 관련 발언을 하고 큰절을 하는 등 일반 기업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해 현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일반노조는 '땅콩 회항'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일반노조를 '어용노조'라고 언급하는 등 노조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달 15일 박 사무장을 제명했다.
박 사무장은 징계 사유와 절차가 부당하다며 23일 서울남부지법에 조합원 제명처분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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