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북아일랜드'…아일랜드 이어 낙태금지 폐지 움직임

입력 2018-05-27 17:39  

'이제는 북아일랜드'…아일랜드 이어 낙태금지 폐지 움직임
보수당 정부는 연정 파트너 DUP 눈치 보며 국민투표 반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이제는 북아일랜드 여성들만 남았다.'
이달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이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조항 폐지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내면서 북아일랜드에서도 낙태금지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보수 일간 더타임스 등 현지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24주 이후에도 산모 건강, 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사유를 인정한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는 영국에서 엄격하게 낙태를 금지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성폭행, 근친상간, 태아 기형 등의 사유도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이를 어길 경우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2016년에만 700명 이상의 북아일랜드 여성이 낙태를 위해 잉글랜드 지역을 찾아 북아일랜드의 낙태금지 법안은 유엔으로부터 인권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내에서 유일하게 동성결혼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이미 북아일랜드 낙태금지 규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페니 모던트 영국 국제개발부 장관 겸 여성·평등 담당 부장관은 "아일랜드의 압도적인 승리에 이어 이제는 북아일랜드에서 변화를 가져와야 할 때"라고 밝혔다.
모던트 장관은 전임자들 및 다른 하원의원들과 함께 북아일랜드에서 낙태금지 규정 폐지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그동안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앞서 메이 총리의 보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에 실패하자 보수당 집권을 유지하기 위해 북아일랜드 지역에 기분을 둔 민주연합당(DUP)과 연정을 구성했다.
문제는 DUP가 사형제 부활, 성 소수자 차별은 물론 낙태 반대 등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아일랜드 낙태금지 규정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결정하면 DUP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이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낙태금지 규정의 해제는 보수당 내 전통주의자들의 반발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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