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경비원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최소한의 자구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 강남구 세곡동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경비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경비원들의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같은 일반 주거시설의 경우 경비원들이 대개 60대 이상 고령인 데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9시께 서울 강남구 세곡동 한 오피스텔 지하 1층 관리사무소(방재실)에서 경비원 A(65)씨와 B(64)씨를 살해한 혐의로 이 오피스텔 입주민 강모(28)씨를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강씨는 '위층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관리사무소 업무일지에 강씨가 민원을 제기한 사실이 기록된 바 없고 그가 환청이 들린다며 횡설수설하는 점을 들어 강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정신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강씨가 흉기를 들고 지하 1층 방재실에서 흉기를 휘둘렀을 때 2명의 경비원이 이를 막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2명의 경비원 가운데 1명은 지하 1층 방재실에 있었으며 다른 1명은 강씨와 거의 동시에 방재실에 들어섰다.
하지만 60대 중반인 2명의 경비원은 20대 청년이 휘두르는 흉기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오피스텔에 사는 한 주민은 "경비원 2명이 근무를 했는데도 혈기왕성한 20대 청년 1명을 못 막아 이런 참극이 벌어졌다"며 "대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속하게 경찰에 연락을 취하거나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정도의 장비는 갖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비원들은 업무 특성상 취객을 상대하거나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큰 만큼 최소한의 자구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주민은 "몇 해 전부터 주민들의 '갑질'이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및 근무환경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거시설의 경우 경비원들이 이름만 경비원일 뿐 사실상 생활 편리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의 자구책 마련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민관 간에 긴밀한 방범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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