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EU에 적대적인 경제장관 후보 '퇴짜…총선 재실시 가능성까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총선 이후 80여 일 간 이어진 무정부 상태를 종결짓고,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 출범을 눈앞에 뒀던 이탈리아 정치가 다시 큰 혼란에 빠졌다.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는 27일 로마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난 뒤 나흘 전 부여받은 정부 구성권을 반납했다.
콘테 지명자는 이날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과 합의해 마련한 내각 명단을 제출했으나, 대통령이 이 가운데 재정경제장관 후보를 거부하자 총리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그는 대통령궁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변화의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장관 후보로 천거된 파올로 사보나(81)는 산업부 장관, 이탈리아 중앙은행 고위직 등을 역임하며 경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학자로, 유럽연합(EU)과 유로화, EU의 주축인 독일에 적대적인 시각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EU의 굳건한 신봉자이며 중도 좌파 민주당 집권 때 국가수반으로 선출된 마타렐라 대통령은 사보나를 이탈리아 경제를 총괄하는 자리에 임명하면 시장과 주변국의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콘테 지명자와 면담 뒤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2개월여 동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정부의 보증인으로서 시장에 불안을 주는 반(反) 유로 입장을 견지한 경제장관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경제장관 후보를 거부한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사보나를 경제장관으로 적극 지지한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격앙된 표정으로 "이제 유일한 해결책은 총선을 다시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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