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 이장하기 위해 무덤서 석재 모두 꺼냈다

입력 2018-05-28 10:18  

백제인, 이장하기 위해 무덤서 석재 모두 꺼냈다
부여 능안골 고분군 무덤 4기 발굴조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사비도읍기 백제(538∼660) 지배층 공동묘지인 부여 능안골 고분군(사적 제420호)에서 무덤을 조성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석재를 전부 반출한 흔적이 발견됐다.
백제인이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장(移葬)이나 무덤을 고쳐 묻기 위해 파내는 파묘(破墓)를 했음을 알려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백제고도문화재단(원장 박종배)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75-10번지 일원에서 백제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 돌방무덤)을 발굴조사한 결과 묘광(墓壙·무덤 구덩이)이 길이 12.7m·최고 깊이 4.2m에 이르는 대형 무덤에서 석재로 무덤방을 조성해 매장 행위를 했다가 석재를 한꺼번에 빼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1호분으로 명명한 이 무덤은 길이 244㎝·너비 166㎝·높이 125㎝인 무덤방과 밖에서도 이쪽으로 통하는 길인 9m 길이 묘도로 구성된다.
심상육 백제고도문화재단 책임연구원은 "석재를 반출한 이유가 이장할 때 재활용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무덤을 없애려고 한 흔적인지 현재로는 판단할 수 없다"며 "관못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 무덤에서 매장 행위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처음 무덤을 만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땅을 파내 석재를 모두 빼내고 무덤 내부를 흙으로 메운 것 같다"며 "백제인들이 이장이나 파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1996년 능안골 고분군 발굴조사에서도 무덤 석재가 반출된 사례가 있었으나, 대부분은 주민들이 석재를 쓰기 위해 몰래 꺼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굴에서는 백제 횡혈식 석실분 4기가 조사됐다. 1호분과 가까운 2호분은 묘광 길이 364㎝·너비 193㎝·높이 155㎝이며, 무덤방은 능안골 고분군에서 많이 나타나는 육각형이다. 무덤방은 길이 240㎝·너비 113㎝·높이 120㎝다.
3호분은 묘광 길이 285㎝·너비 113㎝·깊이 88㎝였다. 무덤방은 길이 85㎝·너비 50㎝·높이 44㎝로 나타났다. 이 무덤은 돌을 다듬은 상태가 정교하고 꽃모양 장식이 부착된 관고리가 출토돼 위계가 높은 인물이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심 연구원은 "1호분과 3호분은 2호분과 달리 중심축이 일치하는데, 두 무덤 사이에는 친연성이 있을 듯싶다"며 "3호분은 무덤방이 작다는 점에서 유아 무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4호분은 작은 깬돌을 반원형으로 돌려 무덤 범위를 정했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능안골 고분군에서 그동안 나오지 않은 주구부(周溝附·무덤 주위에 판 도랑)가 형성됐다"며 "내년에 추가 조사를 하면 정확한 무덤 구조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능안골 고분군은 1996∼1997년 발굴조사를 통해 백제 지배층 고분 60여 기가 확인된 곳이다.
부여군과 백제고도문화재단은 지난해 시굴조사를 시행해 무덤 34기를 추가로 찾아낸 바 있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발굴조사가 시행되지 않은 고분군 북서쪽에서 이뤄졌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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