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한반도 변수' 최소화· 차별화 전략
한반도 훈풍에 '북풍' 딱지 붙여 강한 경계감 표시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칭 '북풍' 차단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당의 표현을 빌리면 이 북풍은 과거 사용되던 것과 같은 단어이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예전 북풍은 한국당 부류의 보수정당이 보수층을 결집하려고 일으키는 대북 긴장을 두고 진보계열 정당이 딱지 붙인 낱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같은 정당이 자기들에 유리한 선거 소재라며 내심 환호하는 대북 평화 이슈에 한국당이 이 용어를 더러 쓴다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이 이 북풍을 타고 지방선거를 '싹쓸이'하려 한다는 한국당의 경계심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며칠 새 그 직접적 계기로 나타난 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인 5·26 남북정상회담이다.
한국당은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5개 정당 중 유일하게 문 대통령이 27일 발표한 이 회담의 성과를 대놓고 깎아내렸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온 바른미래당마저 이번 회담의 긍정성에 주목했지만 유독 한국당만이 비판 기조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한국당은 28일에도 남북 정상 간 깜짝 회동에 공세를 강화했다.
전날 홍준표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평가할만한 내용이 없다"며 평가절하한 데 이은 것으로,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 올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로운 내용 없이 김정은의 신원보증인 노릇을 했다"고 했다.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수용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다.
홍문표 사무총장 역시 "북한 김정은은 비정상적인 사람이고 북한은 비정상 국가"라며 "비정상 국가, 비정상 지도자를 문재인 대통령도 따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거들었다.
'안보정당'을 자처하는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에 더 이상 속지 말고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해 완전한 북핵 폐기를 끌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당이 동북아 정세의 변화 흐름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주는 긍정성을 불온하게만 바라보며 폄훼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역시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김 원내대표는 "오로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싹쓸이 승리만을 위한 깜짝쇼"라고 했고, 홍 사무총장은 "6월 13일 투표를 하는데 6월 12일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할 것"고 했다.
한국당 스스로 북풍은 선거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이 선거에 미칠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은 이 때문에 '남북회담 때리기'와 '완전한 북핵 폐기'에 보다 단호하고 차별화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전통 보수층의 표심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그 맥락에서 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4·27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채택 문제와 관련해서도 "CVID가 반영된 북한 비핵화라는 점을 결의안에 명확히 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5·26 남북정상회담 등 일련의 움직임이 이번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주시해야 하지만 지나친 비판은 더 큰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은 지난 4·27 정상회담을 전후해 '위장 평화쇼'라며 공세를 강화했다가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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