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아동행복생활지수'…부모는 "애가 공부 안하면 우울" 인식 차이
중·고생 학습시간이 성인 노동시간보다 많아…0.9%만 권장기준대로 생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가운데 약 4명 중 1명은 하루 중 자유시간이나 휴식 시간이 전혀 없이 자라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0명 중 1명 정도만 아동 발달과 인권을 위한 국제 권장기준대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해 11∼12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만 10∼18세) 6천4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아동행복생활지수' 연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아동·청소년이 하루 동안 특정 활동을 위해 각각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냈는지 직접 작성하는 자기기입보고(Self-reporting)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서 재단이 설정한 권장 수면·공부 시간은 각각 초등 고학년 9∼12시간·30∼120분, 중학생 8∼10시간·60∼150분, 고등학생 8∼10시간·90∼180분이다.
권장 운동시간과 미디어 사용시간은 각 조사대상 모두 1시간 이상·2시간 이하로 같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공부·운동·미디어 4가지 영역 모두의 권장기준에 부합하는 생활을 하는 아동은 100명 중 1명(0.9%)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국내 아동 10명 중 2∼3명(24.7%)은 4가지 영역 가운데 어느 하나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전체 아동 중 46.4%(2천902명)는 권장시간을 넘겨 지나치게 많이 공부했고, 40.4%(2천596명)는 잠을 덜 잤다.
또한, 74.2%(4천664명)는 운동 부족에 시달리고, 62.2%(3천875명)는 더 오랜 시간 미디어를 사용했다.
특히, 하루 중 자유롭게 휴식하거나 노는 시간이 전혀 없는 아동도 24.2%(1천535명)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집계된 우리나라 학생의 연간 학습시간은 중학생 2천97시간, 고등학생 2천757 시간으로, 이는 국내 성인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인 2천69시간(2016년 OECD 통계자료 기준)보다도 더 길었다.
평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빈곤가구 아동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학습시간은 더 적고(156분 < 207분), 수면(421분 > 410분)과 미디어 사용(206분 > 178분) 시간은 더 많아 빈곤 여부에 따라 아동 시간 사용이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가지 영역에서 권장기준을 충족하는 아동일수록 행복감과 자아존중감을 느끼고 지역사회를 긍정적으로 인식했으며 학업 성취도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1분 이상 휴식 또는 놀이 시간을 가지는 학생 75.8%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행복감이 더 높았다. 또 학습시간 증가로 인한 수면, 운동 등 휴식 시간 감소는 아동들의 행복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조사에 참여한 5천94명의 보호자는 아동이 적게 공부할수록 더 우울함을 느꼈으며 학습시간이 증가할수록 자아존중감이 더 높아졌다.
특히 보호자는 아동이 실제 응답한 시간보다 대체로 자녀가 더 자고 덜 공부하며 더 오래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인식했다. 운동이나 휴식 시간 또한 아동이 실제 사용하는 시간보다 더 많다고 느껴 부모-자녀 간 인식 차이가 있었다.
이제훈 재단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학업과 휴식 시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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