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훈풍에 北 인연 식품업체 '차분한 기대'

입력 2018-05-29 06:06  

북미 훈풍에 北 인연 식품업체 '차분한 기대'
오리온·풀무원·샘표 등 과거 대북 지원 사례 주목
남북정상회담 직후 초코파이 매출 급증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북미 정상회담도 다음 달 극적으로 다시 추진되면서 북한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식품업계도 기대감속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북한 출신 창업주를 둔 기업으로는 샘표,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등이 꼽힌다.
샘표는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선대회장(1902∼1976)이 함경남도 흥남 출신이다. 박 회장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남쪽으로 내려와 샘표의 전신인 '삼시장유 안조장'을 인수하며 장류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피난민에게 장을 만들어 공급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같은 샘표와 북녘 동포와의 인연은 대를 이어 계속됐다.

박 회장의 장남인 2대 고 박승복 회장(1922∼2016) 역시 함경북도 함주 출신이다.
그는 이북5도 행정자문위원과 함경남도 중앙도민회 고문을 맡는 등 북한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고, 1980년대부터 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해 2005년 민주평통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샘표는 "박승복 회장은 1990년대 초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를 지내며 북한 아동을 돕는 구호활동도 펼쳤다"며 "남북경협이 싹을 틔운 2000년에는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으로 일하며 북한 진출 업체를 돕는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북한 출신 기업인 모임 '고향투자협의회'에도 꾸준히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1997년 취임한 3대 박진선 사장으로 이어져 샘표는 2007년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전통장류 200상자를 '북한 장류제품 보내기 운동'을 통해 북녘 땅에 보내기도 했다.
풀무원의 모태가 된 '풀무원 농장'을 만든 고 원경선 원장(1914∼2013) 역시 평안남도 중화군 출신으로 북한 태생이다.
풀무원은 "원 원장은 한국전쟁 직후 황폐해진 나라를 돌보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로 하고 1955년 경기도 부천에 '풀무원 농장'을 차려 오갈데 없는 이들을 위한 공동체를 설립해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원 원장은 1976년 경기도 양주로 농장을 옮겨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을 선보이고, 유기농민단체 '정농회'를 꾸렸다.
풀무원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 물냉면' 제품의 일평균 매출이 평소보다 무려 212%나 껑충 뛰기도 했다"고 전했다.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오리온의 고 이양구 선대회장(1916∼1989)은 함경남도 함주군 출신이다.
이 회장은 1947년 5월 단신으로 남쪽으로 내려와 서울에서 과자 장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동양식량공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전의 히트 상품으로 남은 초코파이는 1974년 4월 첫선을 보였다.
초코파이는 2005년 개성공단 일부 기업에서 북한 현지 근로자에게 하나둘 나눠주기 시작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때는 지급 개수가 하루에 1인당 5개를 넘어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기를 끌면서 현지 시장에서 거래돼 문제가 됐을 정도로, 단순한 간식을 넘어 남북 경협의 '아이콘' 역할을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우리는 중간 공급 업자에게 제품을 공급했을 뿐이기 때문에 초코파이가 정확히 얼마나 북한에 공급됐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연 때문인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초코파이 판매량은 그 전주 20∼25일보다 무려 47%나 껑충 뛴 것으로 집계됐다.

오뚜기를 세운 고 함태호 명예회장(1930∼2016)은 함경남도 원산 출생으로, 1969년 오뚜기식품공업을 세웠다. 국내 최초로 카레를 생산해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1970년대에는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생산해 팔았다.
오뚜기는 2013년에는 식량난을 겪는 어린이를 돕고자 북한에 쇠고기 수프 30t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북한 어린이 200만명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앞서 2007년에는 임직원이 십시일반 후원금 4천300여만원을 모아 북한결핵어린이돕기 운동본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기업들은 '한반도 봄기운'과 맞물려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한목소리로 선을 그으면서도, 추후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특히 한민족으로 같은 식문화를 가진 북한은 다른 지역보다 '먹거리 사업'이 진출하기 손쉽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은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때마다 수혜 기업으로 손꼽히고는 했다.

북한 주민도 우리와 똑같이 된장과 간장을 먹는 만큼 샘표에 유리하다던가, 개성공단이 재가동하면 '왕년의 인기 품목'인 초코파이가 다시 등판하지 않겠느냐는 등의 전망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로써 북한 관련 프로젝트나 계획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초코파이가 남북 화해의 상징이 된 만큼, 최근 다시 주목받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북미정상회담후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인연이 있는 기업들은 기대감으로 정세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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