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서울청장, 혐의·피해자 수 공개…"조사 결과 따라 신병 처리"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이 10명이 넘는 '을(乙)' 신분의 관계자에게 폭언·폭행 등 '갑질'을 한 혐의로 28일 경찰에 소환됐다.
이로써 이 이사장과 딸인 대한항공 조현아(44) 전 부사장, 조현민(35) 전 전무 등 한진가(家) 세 모녀가 5월 한 달에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이사장은 2014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 관계자, 2013년 자택 리모델링 작업자, 자신의 수행기사와 가사도우미,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 등 피해자 총 11명에게 폭언·폭행을 가한 혐의로 이날 서울경찰청에 출석했다.
앞서 둘째 딸 조현민 전 전무가 지난 1일 이른바 '물벼락 갑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뒤이어 첫째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24일 법무부 산하 이민특수조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간 이 이사장에 대해 제기된 '갑질' 의혹을 모두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이사장에 대해 특수폭행과 상습폭행, 업무방해, 상해 등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사하면서 혐의를 확정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신병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간담회에서 현재까지 확보된 피해자 수를 11명으로 확정해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이 이 이사장의 혐의와 정확한 피해자 숫자를 공개한 것은 이달 4일 정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이다.
이에 경찰이 이 이사장의 혐의를 소명할 증거를 이미 확보하는 등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신병 처리'를 언급한 만큼, 이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다만, 한 수사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 여부에 관해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사를 막 시작한 상태에서 실무진도 아닌 수사 총지휘자의 '조사 결과에 따른 신병 처리'라는 표현은 일단 원론적 수준의 '레토릭(수사)' 성격이 강하며, 조사 이후 진술과 증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법처리 여부 등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는 게 자연스럽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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