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갈림길에 섰던 6·12 북미정상회담이 재추진되며 북미 간 실무접촉이 임박한 가운데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의 역할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창선 부장 등 8명의 북한 인사는 28일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해 같은 날 오후 베이징발 싱가포르행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창선을 대표로 하는 북한 실무대표단은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이르면 29일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협상단과 북미정상회담 관련 의전, 경호, 보안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김창선의 직함을 '국무위원회 부장'이라고만 밝히고 있으나 그는 김정일 집권 시절부터 김씨 일가와 매우 가까운 관계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첫 서기실장에 임명된 인물로 알려졌다.
북한의 서기실은 우리의 청와대 비서실과 비슷하지만, 정책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최고지도자와 그 가족의 일상생활을 돌보는 일을 맡아 청와대 부속실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동당과 내각 등 각 부처와 기관의 보고서를 김정은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는 평가도 있다.
베일 속 인물이었던 그는 올해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의전 담당자로 수면 위에 나와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남쪽을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수행한 데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보도' 분야 실무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섰다.
또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하는 장면이 포착되는가 하면 1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당시에는 북측의 핵심 인사들과 함께 환영 만찬에 참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온 김창선 부장은 내달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첫 장거리 해외 의전 조율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도 앉게 됐다.
북한에서 '1호 의전'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라고는 하나 이번 회담은 그에게도 만만찮은 정상 의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동선과 경호를 짜는 데 제약이 뒤따르는 제3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적은 있으나 항공기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 데다 보안 등을 고려할 때 북한 입장에선 숙소 마련 등도 적잖게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다 경호도 남북정상회담 때는 판문점에서 공동경호 등으로 어려움이 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제3국인데다 미국의 경호원들과 곳곳에서 마주쳐야 해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초특급 호텔에 최고의 차량을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전에 비해 김 위원장은 소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김 서기실장의 머리를 아프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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