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부터 '질식 압박'과 공격수의 '확실한 한방' 성공적
A매치 데뷔 이승우-문선민, 공격포인트 달성으로 '합격점'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축구는 결과의 스포츠다. 아무리 점유율에서 앞서고 멋진 패스워크를 펼쳐도 결국 득점에 실패하면 '헛심 공방'에 그친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의 멕시코'인 온두라스를 상대한 신태용호 태극전사들은 점유율은 물론 결정력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를 맞아 손흥민(토트넘)과 문선민(인천)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3월에 치른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전망을 어둡게 했던 신태용호는 최종엔트리(23명) 확정을 앞두고 치른 온두라스 평가전을 통해 강한 압박과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전에 '월드컵 플랜A'인 4-4-2 전술을 가동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투톱 스트라이커를 맡고, 좌우 날개에 이승우(베로나)와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을 배치했다. 컨디션이 나쁜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대신해 주세종(아산)이 선발 출전한 가운데 정우영(빗셀 고베)이 중원을 맡았다.
홍철(상주)-김영권(광저우 헝다)-정승현(사간도스)-고요한(서울)이 포백을 이룬 가운데 조현우(대구)가 골키퍼 장갑을 끼었다.
◇ 압박과 결정력의 '2중주'
신태용 감독은 온두라스전을 맞아 선수들에게 강한 압박을 주문했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팀들이 모두 한국보다 기량에서 앞서는 만큼 중원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한 발 더 뛰어야만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멕시코를 겨냥한 온두라스 평가전에서 선수들은 중원부터 강하게 온두라스를 압박했다. 중원에서 볼을 빼앗기면 순식간에 2~3명이 달려들어 기어이 볼을 빼앗는 장면은 지난 3월 원정 평가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 모두 23명의 최종명단에 들어야 한다는 동기 부여도 있었지만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팬들로부터 저평가된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지도 강했다.
후반 15분 손흥민의 결승골도 결국 성공적인 압박에서 시작됐다. 공격 전개에 실패한 뒤 온두라스 선수에게 볼을 빼앗겼지만 순간적으로 이승우와 고요한이 재빠르게 압박해 볼을 되찾았고, 이승우의 빠른 역습 드리블에 의한 패스와 손흥민의 강력한 중거리포가 결승골로 이어졌다.
그동안 신태용호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압박과 결정력'의 조화가 뛰어난 장면이었다.
후반 27분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문선민의 추가골은 결정력이 빛을 발했다.
중원에서 손흥민이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볼을 지켜냈고, 이것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황희찬에게 이어졌고, 골대 정면에서 볼을 이어받은 문선민이 침착하게 상대 수비수의 태클을 개인기로 벗겨낸 뒤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K리그에서 물오른 득점 능력을 그대로 A매치 데뷔전에서 이어나간 문선민의 결정력이 빛났다.
'압박과 결정력'이라는 간단하면서 수행이 쉽지 않은 숙제를 태극전사들이 제대로 보여준 승부였다.
◇ 제대로 A매치 데뷔전 치른 이승우-문선민
온두라스전 승리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승우와 문선민의 뛰어난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우는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고, 문선민은 후반 11분 이청용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승우는 손흥민의 결승골을 도왔고, 문선민은 추가골을 터트렸다. 둘 다 A매치 데뷔전에서 공격 포인트 획득의 짜릿함을 맛봤다.
170㎝의 단신 공격수인 이승우는 특유의 빠른 몸놀림과 드리블 능력을 선보이며 몸집이 좋은 온두라스의 거친 수비를 피해 나갔고, 역시 172㎝의 단신 골잡이인 문선민 역시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와 침착함을 앞세워 A매치 '데뷔전-데뷔골'의 기쁨을 누렸다.
이승우와 문선민 모두 신태용 감독이 발표한 예비엔트리 가운데 '깜짝 카드'였지만 A매치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으면서 최종명단(23명)을 향해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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