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무성했던 트레이드 '뒷돈' 사실로 확인
이장석 전 대표 끝없는 추락…선수단은 성폭행 혐의까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창단 10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끊임없이 사건 사고를 일으켜 리그 전체와 야구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것으로 모자라 거짓말까지 들통났다.
히어로즈 구단은 2017년 kt wiz, NC 다이노스와 진행한 트레이드에 총 6억원의 뒷돈이 포함됐었다고 28일 뒤늦게 인정했다.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말 이택근(LG 트윈스)↔박영복·강병우 트레이드에는 현금 25억원, 이현승(두산 베어스)↔금민철 거래에는 현금 10억원, 장원삼(삼성 라이온즈)↔김상수·박성훈 트레이드에는 현금 20억원이 포함됐었다.
2010년 마일영(한화 이글스)↔마정길 트레이드는 현금 3억원을 받았다.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던 히어로즈의 당시 트레이드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최소한의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트레이드까지 현금을 받고, 이를 기준으로 구단 임원이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넥센 내부 문건에는 트레이드로 6억원을 받은 넥센이 이장석 전 대표와 고형욱 단장에게 300만원씩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적혀 있다.
고 단장은 "트레이드와 관련해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내야수 윤석민을 영입하면서 5억원을 건네준 kt, 투수 강윤구를 받고 1억원을 송금한 NC는 "현금을 먼저 요구한 건 넥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즌 초 메인스폰서인 넥센타이어가 월 12억원에 달하는 스폰서비 지급을 유예했을 때도 히어로즈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돌이켜보면 이번 트레이드는 선수를 팔아 이 전 대표의 뒷주머니를 채운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현금 트레이드가 KBO 규약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kt·NC와 입을 맞춰 허위로 KBO에 트레이드 승인 요청을 해 정당성이 없다는 걸 자인했다.
히어로즈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21건의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이는 같은 기간 10개 구단 가운데 최다다.
이중 공식적으로 현금이 포함된 건 초창기의 4건이 전부다. 이번에 드러난 2건 외에도 나머지 15건의 트레이드까지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모든 의혹의 중심에는 이 전 대표가 있다.
이 전 대표는 침몰 직전이던 현대 유니콘스를 사들여 2007년 서울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재출범했다.
히어로즈가 2013년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이 전 대표는 '빌리 장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구단 지분을 대가로 돈을 빌렸다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고, 횡령과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KBO는 이 전 대표를 직무정지 처분했다.
이 전 대표는 구치소에서도 구단 운영에 간섭한다는 '옥중 경영'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억원의 퇴직금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KBO는 히어로즈 구단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만 문제가 아니다. 팀 주축 선수인 박동원과 조상우는 성폭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학교 폭력으로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안우진을 곧바로 1군에 등록했다.
최근 히어로즈는 신호위반을 일삼는 자동차와도 같다. 야구계에서는 리그 전체를 위해 강력한 제재로 정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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