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7월 개막…"한국 출신 해외 교향악단 주자들이 중심축"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어느 정도로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사실 많이 고사한 자리입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은 많은 책임감과 사명, 어려움이 따르는 자리잖아요. 그러나 음악제의 새 도약 과정에서 제가 도움될 수 있다면 보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임하게 됐어요."
오는 7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등지에서 개막하는 올해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젊은 피아니스트 손열음(32)을 예술감독으로 영입했다는 것이다. 손열은은 2010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이끌어온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후임이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 정도 규모 음악제를 이끄는 30대 초반의 예술감독은 극히 드물다.
손 감독은 29일 서울 용산구 일신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제 화두는 다양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내악 위주였던 음악제였지만, 리사이틀과 교향악 프로그램 등까지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멈추어, 묻다'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 프로그램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세계적 오케스트라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단원들의 대규모 참여다.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첼로 수석 김두민,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솔로 플루트 조성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조인혁, 일본 도쿄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 조성호, 노르웨이 오슬로필하모닉 호른 수석 김홍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열콘체르트허바우(RCO) 제2 오보에 함경 등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참여한다.
손열음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꿈꾸는 국내 음악계 풍토 속에서 뚝심 있게 걸어나가 세계적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연주자들이 이번 음악제의 가장 큰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오래 지낸 구소련 출신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 강원도 출신 지휘자 정치용 등이 지휘봉을 잡는다.
메인 공연은 모두 14개인데, 곳곳에서 젊은 감독의 감각이 엿보인다.
우선 축제 첫주에 연주하는 28곡 모두 지난 14년간 축제에서 단 한 번도 연주된 적 없는 곡들이다. 둘째 주에 연주하는 24곡 중 18곡 역시 모두 처음 연주되는 작품들이다.
베토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의 교향악 버전, 멘델스존 8중주의 피아노와 현악4중주 버전 등이 한국 초연된다.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즉흥 연주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펼쳐 보이는 음악회, 한국계 네덜란드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의 미니멀리즘 음악 연주회, 피아노 신동 임주희의 국내 첫 리사이틀 등도 기대를 모은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개최하고자 2016년 1월 첫선을 보인 평창겨울음악제 역시 존속될 예정이다.
손 감독은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만큼 겨울음악제가 계속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간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을 시도한 겨울음악제를 더 많은 장르가 화합하는 자리로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고 설명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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