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전자 투개표 후폭풍…의회, 수개표 요구

입력 2018-05-29 16:01  

이라크 총선 전자 투개표 후폭풍…의회, 수개표 요구
"개표 결과 해킹, 하드디스크 바꿔치기" 의혹 확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실시된 이라크 총선이 전자 투개표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전자 투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고 투개표 결과가 담긴 하드디스크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확산하면서다.
급기야 이라크 의회는 28일(현지시간) 일부 투표 무효와 손으로 재검표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긴급회의엔 전체 의원 329명 가운데 과반인 165명이 재석했다.
이라크 의회는 이 결의안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재외국민 투표와 난민촌에 사는 피란민이 참여한 거소 투표는 무효로 해야 한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했다.
또 주별로 투표용지의 10%를 표본으로 선정, 손으로 재검표한 뒤 뒤 전자 개표와 차이가 25%를 넘으면 전체를 수(手)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회는 "전자 투개표 수치가 저장된 하드디스크가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을 받는 투표소는 일일이 손으로 재검표해야 한다"면서 "부정선거 시비가 큰 키르쿠크 주 등은 재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라크 중앙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정부나 의회의 재검표, 재선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라크 연방최고법원도 선거 무효 가처분 시청을 기각했다.
그런데도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악용한 부정선거 시비는 확산하는 양상이다.
예상보다 득표하지 못한 쿠르드 자치지역의 소수 정파를 중심으로 전자개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중앙의 주요 정파를 이끄는 아야드 알라위 전 총리, 살림 알주부리 의회 의장도 전자 투개표가 조작됐다면서 재선거 또는 수개표를 요구했다.
중앙선관위도 18일 바그다드, 안바르, 니네베, 키르쿠크, 살라후딘 주의 103개 투표소의 개표 결과가 의심스럽다는 유력한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이를 무효로 했다.
사이드 알카이 중앙선관위 위원은 19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6개 주에서 재검표해 보니 실제와 (전자 개표 결과가) 12∼63%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이라크 중앙선관위는 선거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개표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려고 한국 중소기업의 전자 투개표 장치 5만9천800대와 통신기술을 구매해 투표소 대부분에 배치했다.
이라크 정보기관이 포착했다는 해킹 가능성이 시스템 자체의 오류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라크는 오랜 내전으로 주민등록 작업이 취약해 중복·대리 투표 문제가 선거 때마다 시비가 됐고, 개표 작업도 한 달 이상 걸렸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선거일 전 미리 발급한 생체정보(지문)카드로 신원을 확인한 뒤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설치된 스캐너에 밀어 넣는 방식이다.
스캐너에서 투표용지를 판독해 집계된 결과는 바로 이라크 중앙선관위에 위성, 지상 통신망으로 전송된다.
애초 신속한 개표와 새 의회, 내각 구성을 위해 전자 투개표를 도입했으나 신뢰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투표 결과를 승인해야 하는 연방최고법원도 2주 넘게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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