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서 90세 여성이 운전하는 차량이 횡단보도와 인도를 걷던 사람들을 무더기로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NHK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ヶ崎市)시 국도에서 A(90)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와 인도를 걷던 행인 등 4명을 차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57세 남성이 숨지고 보행자 3명은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A씨는 경찰에 "빨간 불인 것은 알았지만 횡단보도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과실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가 대형 사고를 낸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번 사고는 90세의 후기 고령자가 낸 사고라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A씨는 사고를 내기 전 가족들에게 "이제 운전을 그만하겠다"며 조만간 운전 면허증을 반납할 생각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TV 방송들은 A씨가 경찰에 붙잡혀 가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일본에서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교통사고의 '제1당사자(과실이 큰 사건 당사자)'인 경우는 21.3%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인 2008년보다 7.2%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고령 운전자들이 낸 사고 중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거나 브레이크와 가속기를 혼동해 발생한 대형 사고가 특히 많았다. 2016년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중 7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것은 13.5%로, 10년 전 7.4%에서 갑절로 늘었다.
일본 정부는 작년 3월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 치매 검사를 하도록 하고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령 운전자 교육에 시야 검사 강화안을 시범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고령자가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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