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김영철 '뉴욕담판', 비핵화-체제보장 빅딜 성사될까

입력 2018-05-30 03:39   수정 2018-05-30 06:15

폼페이오-김영철 '뉴욕담판', 비핵화-체제보장 빅딜 성사될까

북미 정상들의 '복심' 본회담 청사진 그릴듯…30~31일 연쇄회담 가능성도
뉴욕 거쳐 워싱턴 갈까…트럼프 면담·김정은 친서 전달 여부 초미의 관심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뉴욕행에 오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금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고위급회담에 나선다.
이들은 그간 북미협상을 막후에서 지휘해온 '키맨'이자 정상의 의중을 누구보다 꿰뚫는 '복심'이라는 점에서 이번 '뉴욕 담판'은 두 정상으로부터 전달받은 메시지를 토대로 북미정상회담의 큰 청사진을 그리는 묵직한 사전 담판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에 대한 단순한 답방 성격을 뛰어넘어 2주 앞으로 다가온 세기의 비핵화 담판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 향배와 전망을 가르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양측 '오른팔'들 간의 고도의 수(數) 싸움을 통한 양 정상의 사전 대리전 성격도 자연스레 띨 것으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김 부위원장이 뉴욕으로 향하고 있으며 금주 중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평양에서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넘어온 김 부위원장은 30일 오후 뉴욕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의 도착일인 30일에 이어 31일까지 이틀 연속 김 부위원장과 연쇄 회담을 하고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을 만나러 뉴욕으로 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첫날인 30일과 다음 날 31일 이어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워싱턴DC행 비행기를 끊었다가 뉴욕행으로 바꾸면서 행선지를 놓고 잠시 혼선이 초래되기도 했으나, 미국 측에서는 처음부터 장소를 뉴욕으로 정해 알려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북미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취소를 선언하기 전부터 물밑에서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이후 회담 복원 논의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구체적 일정 조율 등이 다시 본격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다. (장소의)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곳일 것이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6일 언급이 당시 진행 중이던 판문점 실무회담과 함께 곧 있을 뉴욕에서의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도 은근히 암시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고위급회담은 그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온 북미 간 접촉들을 집대성해내는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 길을 확 터놓느냐에 따라 본게임인 북미 정상 간 대좌의 향배도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개월 전부터 카운터파트너로서 북미협상 국면을 막후에서 주도해온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으로부터 부여받은 특명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빅딜'의 성사다.
무엇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단기에 결판내려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조치' 입장을 견지해온 북한 사이에 간극을 좁혀 비핵화 로드맵의 접점을 마련하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함께 핵 반출 및 사찰 등을 둘러싼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뤄내느냐가 과제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일괄타결에 '신속한 기간'의 단계적 해법을 가미한 '트럼프 모델'이 양측간 절충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의회 청문회에서 언급한대로 CVID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 측이 북한에 제공할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국가 재건을 위한 '경제적 보상'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 및 상호 불가침 선언, 북미 수교 등이 거론된다.
미국 측으로선 '완전한 비핵화'의 원칙을 담보해내고 북한 측으로선 불완전한 체제보장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상호 윈윈의 해법 도출을 위해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단 목표는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문 조율 등 큰 얼개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한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무산에 따른 앙금을 해소하며 사전 준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지 주목된다.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어느 정도 구체적 밑그림을 그려 내느냐와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것인지 여부이다. 이는 김 부위원장이 수도인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DC를 찾게 된다면 북한 정부의 고위인사가 미국의 수도를 방문하는 것으로써 2000년 10월 10일 북한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 만의 일이 된다.
당시 조 차수는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으로 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북미정상회담 상황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가능성에 "마지막에 가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스타일 등을 고려할 때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에 따라서 김 부위원장이 과거 조 차수 방미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전격 예방할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이 되는 만큼,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여 그 내용에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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