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부과 보류' 없던 일로…상무장관 방중 앞두고 양국협상단 합의 파기
협상실패 비판에 다시 강경모드…강경파 라이트하이저, 협상파 므누신에 승리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휴전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무역전쟁을 재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주요 무역국 사이에서도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29일(현지시간) 최근 미·중 협상단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상호 관세부과 보류' 방침을 깨고, 중국산 첨단기술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을 그대로 강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세를 부과할 최종 대상 목록을 발표할 날짜도 다음 달 15일로 못 박는 등 중국산 첨단기술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제2차 미·중 무역협상 이틀 뒤인 지난 20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양국 간 '무역전쟁' 중지와 상호 관세부과 계획 보류 합의를 선언한 조치를 불과 열흘도 안 돼 뒤집은 것이다.
이를 두고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파'인 므누신 장관을 결국 꺾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므누신 장관이 당시 '관세 보류' 합의를 주장한 것과는 달리 관세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데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면서 정부 내 혼선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주요 산업기술을 얻어내려는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조치까지 내놓았다. 대상 기업과 개인의 명단 공개 날짜도 다음 달 30일로 확정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파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2차 무역협상에서 승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 미 조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의회와 언론에서 연일 "실패한 협상", "미국이 내주기만 했다", "트럼프가 시진핑에 속았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만회하고자 다시 중국을 향해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며 미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조사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깔린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에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의 첨단기술 품목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고 기술 이전을 막으려는 것은 중국의 '기술 굴기'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안보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중국제조 2025' 계획과 같은 중국의 산업 정책이 미국과 전 세계의 기업들에 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중국의 공격적인 기술 획득 노력과 '지식재산 도둑질'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백악관은 "중국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공격적으로 얻으려 해왔고 미국의 혁신과 창의성을 훼손해왔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로스 장관은 지난 2차 무역협상에서 나온 합의의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고자 중국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이날 합의를 사실상 파기함에 따라 방중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로스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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