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GM DAEWOO→한국지엠주식회사, 굴곡진 역사 속 경제효자 노릇
쉐보레 수출 중단 후 내리막길…폐쇄 후 유지인력 40명만 남아 기능 상실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한국GM 군산공장이 오는 31일 예정대로 폐쇄돼 첫차를 생산한 지 22년 만에 문을 닫는다.
지난 2월 폐쇄 발표 전까지 2천여 명이 근무한 군산공장에는 40명 정도만 남아 공장 정리, 유지·보수, 다른 공장으로 부품이나 물품 발송 등을 맡는다.
이에 따라 군산공장은 자동차 생산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
군산공장은 전북 군산시 소룡동 앞바다를 매립한 130만㎡ 땅에 1996년 완공, 연간 최대 27만대 규모의 승용차 생산능력을 갖췄다.
군산공장은 그해 12월 '대우 누비라 1호 차'를 처음 출고한 데 이어 누비라, 레조, 라세티, 라세티 프리미어, 쉐보레 올란도, 크루즈, 크루즈 터보, 올 뉴 크루즈 등을 생산했다.
그 사이 회사명은 대우에서 2002년 'GM DAEWOO'로, 2011년 '한국지엠주식회사'로 변경됐다.
군산공장은 최신식 자동화 설비와 생산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차제, 프레스, 도장, 조립, 디젤엔진을 비롯한 7개 단위공장을 갖췄다.
생산인력도 높은 기술력과 생산성을 인정받았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은 주행시험장을 거쳐 5만t급 선박이 접안하는 자동차 전용부두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됐다.
군산공장은 설립 후 20년 가까이 협력업체 130여 곳과 함께 연간 1만2천여 명을 상시 고용하며 전북 수출의 30%, 군산 수출의 50%가량을 도맡는 '경제효자' 역할을 했다.
이 덕에 군산은 자동차와 쉐보레의 고장으로 명성을 높였고 지역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군산공장은 특히 인근에 2009년 준공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많게는 한해 생산액 12조원, 전북 수출액의 43%까지 점유하며 지역경제 전성기를 이끌었다.
향토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지역인재 채용,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소외계층 돕기, 장학금 지원 활동 등도 활발히 펼쳤다.
그러나 군산공장은 2011년 26만대를 정점으로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더니, 2013년 쉐보레의 유럽 철수로 수출 물량과 내수가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한번 내리막길을 걸은 군산공장은 끝내 원상회복을 하지 못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공장 가동률은 20%대로 떨어지고, 군산지역 수출 비중도 20% 정도로 급락했다.
군산시와 지역사회가 GM 차량 사주기, 공장견학을 통한 공장 이미지 제고, 관공서 관용차량 의무 구매, 군산공장 사랑하기 캠페인 등 노력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 한국GM은 지난 2월 13일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이유로 군산공장을 5월 말 폐쇄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이후 직원 2천여 명 가운데 3월에 1천200여 명, 4월에 3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달 말 퇴사했다. 비정규직 200여 명은 폐쇄 발표 후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군산공장에 의존해 온 지역 부품·협력업체는 가동률이 급락했고,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곳이 속출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군산경제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실직자 양산, 인구 감소, 내수 부진, 상권 추락 등으로 이어져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군산을 고용위기 지역과 산업위기 특별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아직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지역사회의 재가동 염원에도 군산공장은 별다른 활용계획이 마련되지 못한 채 예정대로 31일 문을 닫게 됐다.
지역사회는 공장 매각, 위탁물량 생산, 다른 용도 활용을 통한 재가동만이 지역경제와 근로자를 살릴 유일한 대책이라고 촉구해왔다.
문용묵 시 지역경제과장은 "지역사회가 재가동만을 일관되게 요구했지만, 마땅한 대책이나 활용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GM이 조속히 군산공장 재가동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한국GM 노사 합의에 이어 지난 18일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본계약에서도 폐쇄 철회나 활용방안이 언급되지 않으면서, 군산공장은 아무런 기약도 갖지 못한 채 가동 2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k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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